brunch

우리는 본능적으로 연결을 갈망한다

요람에서 학교까지, 당신의 '사회적 뇌'가 걸어온 길

by 이준유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독하게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이지만, 그 작은 머릿속에서는 이미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치열한 계산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기는 끊임없이 타인의 표정을 읽고, 눈빛을 쫓으며, "저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다음에 무슨 행동을 할까?"를 예측하려 애씁니다(Blakemore et al., 2004). 이러한 사회적 능력은 단순히 친구를 사귀는 것을 넘어, 학교에서 지식을 배우고 타인과 협력하며 살아가는 모든 과정의 토대가 됩니다. 오늘은 우리의 사회적 뇌(Social Brain)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얼굴, 그 매혹적인 우주

신생아는 태어난 지 몇 시간 만에 얼굴 모양의 패턴을 다른 어떤 무늬보다 더 선호합니다(Morton & Johnson, 1991). 이것은 학습의 결과라기보다, 인간에게 중요한 정보인 '타인'에게 주의를 기울이도록 설계된 생물학적 본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아기가 처음부터 우리처럼 얼굴을 완벽하게 인식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생아는 처음에는 엄마 얼굴의 윤곽이나 머리카락 라인 같은 외부 특징에 의존해 엄마를 알아봅니다. 눈, 코, 입과 같은 내부 구성만으로 사람을 구별하는 능력은 생후 6주가 지나서야 비로소 생겨납니다(de Schonen & Mathivet, 1990).


놀라운 사실은 생후 2개월 된 아기의 뇌 활동에서 발견되었습니다.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를 통해 아기들의 뇌를 들여다본 결과, 성인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인식할 때 주로 사용하는 뇌의 영역인 '방추상회(Fusiform Gyrus)'와 유사한 네트워크가 이미 활성화되고 있었습니다. 아기에게 '얼굴을 보는 행위'는 단순히 사물을 보는 것과는 다르다는 뜻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때 성인의 언어 처리 영역인 하전두회상측두회가 함께 반짝였다는 것입니다(Tzourio-Mazoyer et al., 2002). 과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아기의 뇌는 상대방의 얼굴을 훗날 언어를 배우고 소통하기 위한 대화의 창으로 인식하고, 언어 회로를 미리 예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눈맞춤과 따라하기

사회적 연결의 핵심은 눈맞춤(Eye Contact)입니다. 신생아조차 눈을 감은 얼굴보다 눈을 뜬 얼굴을 더 좋아하고, 시선을 피하는 얼굴보다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얼굴을 더 오래 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Farroni et al., 2002). 생후 4개월이 되면, 아기는 누군가 자신과 눈을 맞출 때 뇌의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상측두구(Superior Temporal Sulcus)가 활발하게 반응합니다(Grossmann et al., 2008). 이 영역들은 성인에게서도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때 쓰이는 핵심 부위입니다.

스크린샷 2025-11-24 113812.png ▲ 아기와 서로 눈을 맞출 때, 뇌의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과 상측두구(temporal sulcus) 활성화되었습니다.

생후 5개월 무렵, 아기에게 중요한 변화가 생깁니다. 바로 나와 타인, 그리고 제3의 사물(장난감 등)을 연결하는 주의 참여(Joint Attention) 능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아기들은 누군가와 함께 같은 물건을 볼 때 왼쪽 전전두엽이 활성화됩니다(Grossmann & Johnson, 2010). 이 '함께 보는 능력'은 훗날 아이의 언어 발달을 예측하는 강력한 지표가 됩니다(Mundy et al., 2003). 타인과 시선을 공유한다는 것은, 곧 타인의 마음과 지식을 배울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인 셈입니다.

스크린샷 2025-11-24 114034.png ▲ 함께 시선을 모으는 '주의 참여(joint attention)'를 할 때 아이의 전전두엽이 활성화됩니다. 이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초가 됩니다.

청소년기, 두 번째 성장통을 겪는 시기

많은 사람이 뇌 발달이 어린 시절에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적 뇌는 청소년기에도 격렬한 변화를 겪습니다. 사춘기는 뇌가 재구성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특히, 타인의 의도나 믿음을 추론하는 정신화(Mentalizing) 능력은 청소년기에도 계속 발달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청소년들이 타인의 마음을 읽는 과제를 수행할 때, 성인보다 내측 전전두엽(Medial Prefrontal Cortex)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입니다(Blakemore, 2008). 성인이 되면서 이 영역의 활성도는 오히려 줄어드는데, 이는 뇌가 불필요한 시냅스를 정리하는 가지치기(Pruning) 과정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스크린샷 2025-11-24 114722.png ▲ 정신화(mentalizing)와 관련 있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영역들. 감정 표현, 자기 조절, 마음 추론 등 다양한 사회적 능력에 관여합니다.

실제로 '지시자 과제(Director Task)'라는 실험에서, 청소년들은 타인의 관점을 취해야 할 때 여전히 성인보다 더 많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Dumontheil et al., 2010). 몸은 다 컸지만, 타인의 복잡한 속마음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은 10대 후반까지도 여전히 '공사 중'인 셈입니다.


무엇보다 청소년기는 사회적 거부(Social Rejection)에 극도로 민감한 시기입니다. 사이버볼(Cyberball)이라는 공놀이 게임 실험에서 따돌림을 당했을 때, 청소년(특히 여학생)은 성인보다 훨씬 더 큰 불안과 부정적 감정을 느꼈습니다(Sebastian et al., 2010b). 성인의 뇌는 따돌림을 당할 때 복외측 전전두엽(Ventrolateral Prefrontal Cortex)을 활성화해 부정적 감정을 스스로 조절합니다. 하지만 청소년의 뇌는 이 조절 장치가 아직 성인만큼 작동하지 않았습니다(Sebastian et al., 2011). 10대 아이들이 친구 관계에 목숨을 걸고, 작은 소외감에도 세상이 무너진 듯 괴로워하는 것은 그들이 유난을 떨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의 뇌는 아직 거절의 고통을 제어할 안전장치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청소년기에 친구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면,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교실은 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유아기의 뇌가 사회적 정보를 받아들이도록 세팅되어 있듯이, 청소년기 역시 사회적 기술을 학습하기 위한 민감기(Sensitive Period)입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의 사회적 뇌 특성은 종종 간과됩니다. 친구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따돌림은 학생의 학업 성취와 심리적 안녕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습니다(Boulton et al., 2008). 따라서 교실은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공간을 넘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거절에 대한 감정을 조절하며, 건강한 관계를 맺는 법을 가르치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뇌는 평생에 걸쳐 타인과 연결되기를 갈망합니다. 아이들의 '공부 머리'뿐만 아니라,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적 머리'가 어떻게 자라나는지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혹시 사춘기 자녀나 학생의 예민함에 지치셨나요? 그 아이의 뇌 속에서는 지금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거대한 다리가 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그 다리가 튼튼하게 완성될 때까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 더 긴 기다림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References

Blakemore, S. J. (2008). The social brain in adolescence. Nature Reviews Neuroscience, 9(4), 267-277.

Blakemore, S-J., Winston, J., & Frith, U. (2004). Social cognitive neuroscience: Where are we heading?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8(5), 216-222.

Boulton, M. J., Trueman, M., & Murray, L. (2008). Associations between peer victimization, fear of future victimization and disrupted concentration on class work among junior school pupils. British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78, 473-489.

Csibra, G., & Gergely, G. (2009). Natural pedagogy.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3, 148-153.

de Schonen, S., & Mathivet, E. (1990). Hemispheric asymmetry in a face discrimination task in infants. Child Development, 61, 1192-1205.

Dumontheil, I., Apperly, I. A., & Blakemore, S-J. (2010). Online usage of theory of mind continues to develop in late adolescence. Developmental Science, 13(2), 331-338.

Farroni, T., Csibra, G., Simion, F., & Johnson, M. H. (2002). Eye contact detection in humans from birth.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99(14), 9602-9605.

Grossmann, T., & Johnson, M. H. (2010). Selective prefrontal cortex responses to joint attention. Biology Letters, 6, 540-543.

Grossmann, T., Johnson, M. H., Lloyd-Fox, S., Blasi, A., Deligianni, F., Elwell, C., & Csibra, G. (2008). Early cortical specialization for face-to-face communication in human infant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75, 2803-2811.

Morton, J., & Johnson, M. H. (1991). CONSPEC and CONLERN: A two-process theory of infant face recognition. Psychological Review, 98, 164-181.

Mundy, P., Fox, N., & Card, J. (2003). EEG coherence, joint attention and language development in the second year. Developmental Science, 6, 48-54.

Sebastian, C. L., Tan, G. C. Y., Roiser, J. P., Viding, E., Dumontheil, I., & Blakemore, S.-J. (2011). Developmental influences on the neural bases of responses to social rejection: Implications of social neuroscience for education. NeuroImage, 57(3), 686-694.

Sebastian, C., Viding, E., Williams, K. D., & Blakemore, S. J. (2010b). Social brain development and the affective consequences of ostracism in adolescence. Brain and Cognition, 72, 134-145.

Tzourio-Mazoyer, N., de Schonen, S., Crivello, F., Reutter, B., Aujard, Y., & Mazoyer, B. (2002). Neural correlates of woman face processing by 2-month-old infants. Neuroimage, 15, 454-461.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공부 머리"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