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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딩누크 Jul 04. 2022

깻잎 꽃다발

우리 집엔 깻잎이 한창이다.


심었냐 묻는다면 정답은 아니다.


말 그대로 자생하여 쭉쭉 뿌리를 내리고 계시는 중이다. 옆집에서도 앞집에서도 신기하게 보신다. 깻잎이 잡초라니. 주말이면 나는 집 양 옆으로 나는 깻잎을 뜯는다. 좌측에는 식용이요 우측에 나는 깻잎은 잡초라네. 우측에 나는 깻잎은 흙도 아닌 돌틈사이로 빼꼼 머리를 내미는데 귀엽기까지 하다.


암튼 우리 집은 깻잎이 잡초다. 고기를 매일 구워 먹을 수도 없는 터. 게다가 깻잎 생각보다 벌레가 갉아먹어 수확량이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정말 잡초인 것이 꽃도 안 핀다. 곧 피려나?


오늘은 퇴근하여 집에 오는데 남편과 아이가 깻잎을 따고 있었다. 앞집 이웃분도 함께하셨다. 깻잎에 농약을 많이 친다며 오늘도 나는 이렇게 하나 둘 배워간다. 도대체 모르는 게 왜 이리 많아라고 하는 순간 아이가 갑자기 실을 찾는다.


“엄마! 실 있어?”

“엄마 이거 실 좀 잘라줘.”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스테이크용 두꺼운 명주실을 짧게 가위로 잘라가더니 아이는 또다시 나를 부른다.


“엄마! 깻잎 꽃다발!”

세상에 이렇게 예쁜 꽃다발이 어디 있을까. 꽃 선물은 언제나 좋지만 이렇게 예쁘고 기특한 꽃다발은 난생처음이다.


잡초라며 우리 집을 둘러싸고 얼굴 내민 깻잎에게 미안해질 지경이다. 깻잎 꽃다발을 선물로 주고 싶다 하여 앞집 이모에게 간다. 여기 깻잎 꽃다발이요!


이렇게 로맨틱한 꽃다발이 어디 있을까?

깻잎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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