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잘 것이 없는 영국의 대표음식 피시 앤 칩스
내가 맨 처음 피시 앤 칩스를 먹은 것은 런던에서이다. 원래 학교 급식소에서도 생선가스는 손에도 대지 않는 나였고 제일 유명한 집이라고 해서 들어가서 먹었는데 느끼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켠 게 생각난다.
남편을 만나고 뉴질랜드에서 피시 앤 칩스 가게에 가게 되었다. 생선 종류를 고르고 감자튀김 그리고 고구마튀김도(뉴질랜드에선 고구마를 쿠무라라 부른다) 골랐다. 갓 튀겨낸 생선과 감자튀김을 하얀색 종이에 싸주는데 마치 어릴 적 시골에서 기름종이에 싸주는 통닭이 생각났다. 남편과 바닷가에 앉아 피시 앤 칩스를 먹었다. 호시탐탐 피쉬를 노리는 갈매기떼가 조금 성가셨지만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었더니 영국에서 먹은 피시 앤 칩스와는 그 감동이 달랐다.
뉴질랜드의 겨울 그리고 우리나라의 여름이면 럭비 시즌이 다가온다. 바닷바람 맞으며 가족과 해변에서 피시 앤 칩스를 먹었을 그를 위해 피시 앤 칩스를 만든다. 향수병에 걸릴까 노심초사한 내가 남편을 위해 유일하게 무언가를 하는 기간이라고나 할까.
지난 토요일 어김없이 럭비를 보겠다는 남편. 아이와 생선가게에 가서 동태와 대구를 사서 피시 앤 칩스를 만든다. 소금과 후추 간을 해놓고 튀김옷을 만든다. 제이미 올리버의 레시피는 영국 음식에 관해서는 나를 배신한 적이 없다. 밀가루 맥주 그리고 베이킹파우더를 넣어 반죽을 하고 간을 한 생선에 옷을 입힌다. 키위는 어김없이 나를 돕겠다며 두 팔을 걷어부치고 나를 돕는다(?). 해바라기유를 넣은 달궈진 팬에 생선을 넣으면 부풀어 오른다. 감자튀김과 완두콩 그리고 레몬을 얇게 썰어 서빙한다. 이번에는 남편이 좋아해 마다하지 않는 동네 이웃들과 즐겨보라며 맥주 안주로 내놓고 파티라면 이보다 더 적극적일 수 없는 키위는 본인 몸짓의 몇배나 되는 테이블세팅을 돕는다. 맥주와 피시 앤 칩스. 맥주를 부르는 맛이기에 여름 별미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를 대표한 전인 동태전 대구전과 맛은 비슷하지만 튀김이라서 식감이 훨씬 더 좋다. 레몬즙을 짜고 비니거 혹은 그린 타바스코 소스와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여름에 튀김요리를 하자니 문득 분식집 사장님은 여름에 못할 짓이다 생각을 하지만 삼십 분 남짓 남편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잊었을 듯하다.
이번 주말에도 피시 앤 칩스를 만들까 싶다.
(그러나 인스턴트로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