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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 쓰는 삶 Jan 28. 2024

집안일 최소화하기

우리 집은 놀이터다. 운동장이다. 실험실이다. 도서관이다. 레스토랑이며 카페이다. 우리 집은 박물관도 아니고 전시회장도 아니다. 우리 집은 물건들을 가지런히 두어 보기 좋게 꾸며놓은 멈춰있는 공간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수많은 활동을 끊임없이 하는 살아있는 공간이다. 살아있는 공간은 언제나 어지럽고 지저분하고 혼란스러워 보일 수 있는데, 이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아주 바람직한 모습이다.


청소와 정리정돈은 우리의 활동을 위한 것이어야 하지 그 자체로는 별 의미가 없는 허상에 불과한 일과 같다. 오직 청소와 정리정돈만을 위한 우리의 활동에는 무엇인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찝찝함이 담겨있다. 항상 청소하고 정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것은 쓸데없이 지나치게 소모적인 심리로 보이며 확실하게 불필요한 일이다. 항상 집안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버리자.


집을 소유함으로써 집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집을 활용함으로써 집의 주인이 되자. 집이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사용할 일이다. 집의 기능과 역할을 분명히 함으로써 능동적으로 주체적으로 집과 관계를 맺어나가야 한다. 집은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 집을 위해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결코 아닌 것이다. 청소를 위해 정리를 위해 집안일을 하기 위해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충전해내는 장소가 집이길 바란다.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지나치게 불필요하게 집 관리에 신경을 쓰고 에너지를 쏟는다면 우리는 집을 위한 존재가 되어버릴 것이다.


우리는 집을 지혜롭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집안일에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집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 슬기로운 일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집안일을 의무적이고 기계적인 활동으로 생각한다면 집의 노예가 되는 일은 순식간이다. 집안일은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워나가는 재미있는 과학 실험과 같다. 이렇게 생각는 순간 마법과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나는 하기 싫은 집안일을 억지로 해내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는 수동적인 노예에서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살아있는 과학자로 변신한다. 재미있게 집안일을 해나간다. 집안일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가 되는 것이다. 요리를 연구하는 셰프가 되었다가 빵도 만들고 과자도 만들고 옷도 만들고...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공간이 바로 나의 집이 되기를 바란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하는 시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집안일을 한다. 집안일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겠다. 청소와 정리는 주된 일이 아니라 주된 일의 결과로써 굳이 신경을 집중하지 않아도 잠깐 동안의 움직임으로 가볍게 처리할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부담 없는 일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내 삶의 원동력은 영적 성장과 의식의 확장에 있다. 내 일상의 중심은 읽기와 글쓰기 그리고 철학이다. 그 외의 모든 것들은 최소한의 목표 설정으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내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방식으로 다뤄야겠다. 언제나 책과 함께 하는 삶을 살겠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배우고 행동하며 글을 쓰는 그런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야겠다. 내가 가진 것을 의식하면서 살아가기보다는 내 안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나가는 가슴 설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 나는 집안일을 하는 목표를 세우는 대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목표를 세우겠다. 집안일이라는 산에 압도당하여 쩔쩔매고 스트레스받으며 사는 대신 내 삶에서 읽기와 쓰기라는 산을 중심에 세워 집안일이라는 꽃과 나무들을 나에게 창조력과 영감을 주는 즐거운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집안일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 산이 아니라 꽃과 나무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삶에서 산이 무엇이고 꽃과 나무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고 여유롭고 느긋하며 기쁨이 넘치는 등산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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