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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by 책빛나

아이들이 하는 "감사합니다"라는 이 말 한마디가 요즘은 참 크게 다가온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고, 무엇을 받든 그저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일주일에 하루, 짧은 두 시간의 만남 동안 재미와 지루함 사이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고, 또 너무 만만하거나 아니면 너무 어려워서 흥미를 잃지 않도록, 그들의 눈높이에서 의미있는 배움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 교사가 준비하는 훨씬 더 긴 시간과 노력을 아이들은 당연히 모를 것이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연필을 꼭 쥐고 고심하며 꾹꾹 눌러 쓴 사랑스러운 글들을 하나 하나 읽으며, 그들의 거의 유일한 독자로서 따뜻한 응원의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일에 얼마나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는지, 아이들은 당연히 모른다. 몰라도 누군가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도 습관이고 또 교육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래서 감사함을 느끼도록 일부러 생색을 내기도 한다.


나 또한 내가 이렇게 가르쳐보기 전에는, 나를 가르친 선생님들의 수고에 진심으로 감사할 줄을 몰랐다. 수십 년이 지나 당사자에게 직접 표현은 못하고 그저 혼자서 뒤늦은 감사함을 느끼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우리가 삶에서 감사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훈련이 필요한 매우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감사가 가장 필요한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절대 감사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혔을 때이기 때문이다. 감사할 만한 일이 있을 때 감사해하지 않아서 나처럼 뒤늦게 후회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서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좌절과 실패로 끝도 없이 추락하는 것 같은 상황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그때 우리가 감사를 모른다면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란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제안하는 개인적인 감사 훈련 방법은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떠올리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인생수업>이라는 책에서 "삶의 가장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라고 말한다. 죽음을 상상할 때, 나는 지금 살아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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