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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빛나

내 인생에 한 권의 힐링책을 꼽으라면 나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들 것이다.


이 책은 광활한 대우주의 신비를 과학자의 시선으로 보여주며 인간과 우주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한낱 초라한 인간 세계에서의 시간과 공간을 확장해준다. 어려운 과학용어들도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읽으면서 100%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엄청난 시공간적 세계에 압도당했다.


그 책을 처음 읽던 시절, 나는 뭔가 인생이 막막하고 쓸쓸했었다. 그런데 <코스모스>에 몰입하면서 서서히 나의 걱정, 두려움, 스트레스가 이 우주에서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머리가 차차 맑아지는 것이었다. 놀라운 힐링 효과였다.


그래서 요즘도 나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 때는 멀리 창공을 바라보며 우주를 상상하곤 한다. 갑자기 <코스모스>를 들고 나온 이유는 "소식"이라는 키워드를 본 순간, 칼 세이건이 말한 외계인, 즉 우주 속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지적 생명체에 대한 소식을 희망하는 그 천진난만한 아이와도 같은 과학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긴 하지만 요즘도 나는 가끔 우주를 생각하며, 이 넓은 코스모스 어딘가에 인간 같은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그래도 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사는 지적 생명체가 "우리 여기 있어요" 하며 상냥하게 인사하고, 우리가 만든 음악, 예술, 문화를 보여주는 작은 기념품들을 싣고 두 척의 보이저 탐사선이 지금도 별들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각 탐사선에는 레코드판이 한 장씩 실려 있는데, 그 안에는 예순 종류의 언어로 된 사람의 인사말이 수록되어 있고 혹등고래들이 주고받는 인사말 노래도 들어있다고 한다. 그 안에 실린 음악은 지구인이 느끼는 우주적 고독감, 외계문명과 접촉하고 싶은 갈망 등을 표현했다 한다.


그래서 가끔 많이 쓸쓸한 날에는, 나의 짧고 작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어느 은하에 존재하고 있을 지적 생명체의 소식을 기대해봄직 하다. 물론 그게 무시무시한 존재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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