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하세요" "떠들지말고 여기 보세요"
만약 교사가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주로 하고 있다면 그는 전혀 효과가 없는 말을 내뱉은 것이다. 2년 전 학원강사로 전업을 하며, 살면서 거의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영역을 경험하게 되었다. 나의 말들이 허공에서 흩어지지 않고 상대방에게 제대로 가 닿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를 키우면서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내 할 말만 했지, 상대가 이해하건 못하건 그건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라 생각했다.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소통에 문제가 쌓이고 오해와 갈등이 생겼으리라.
아이에게 하는 잔소리도 지금 생각하면 정말 쓸데없는 말들이었다. '공부해라', '씻어라' 한다고 아이가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효과적인 전달법은 그저 내가 먼저 행동으로 본을 보이는 것인 듯 하다. 물론 아직도 잔소리의 버릇은 일상에 남아있어 가끔 상처를 주기도 하고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교실에서 ‘잔소리’ 대신 ‘칭찬’을 하니 정말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칭찬’의 효과를 실감한 후 집에서도 잔소리를 줄이니 진짜 대화가 시작되었다. 학원에 와서 처음 교사 교육을 받을 때 들었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이 말이다. "내가 한 말이 말이 아니다. 상대가 듣고 이해한 바가 진짜 내가 한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끊임없이 나의 "말"을 고민한다. 효과적인 말, 전달되는 말, 일방적이지 않은 말, 상대를 참여시키는 말은 무엇일까? 교사나 전문가가 가장 쉽게 빠지는 오류가 바로 '지식의 저주'라고 한다. 내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인 개념을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들과 소통하려면 잔소리나 지시 대신 구체적인 말로 표현해야 한다. 이것은 상대를 배려하는 ‘역지사지’다.
잔소리 없는 ‘가르침’의 방법을 고민하다가 답이 정해진 “유도 질문”이 아니라 학생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생각을 이끌어내는 “열린 질문”의 세계를 만나고 있다. 스스로 탐구하고 학습하게 하는 “핵심질문” 중에는 평생 동안 가져가야 할 근본적인 질문들도 있다. 그 세계가 요즘 나를 매료시킨다. 나는 오늘도 살아서 꿈틀대는 이런 “말”을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