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조금씩 사라져가는 나를 느끼며...
청약 당첨된 아파트 입주가 다가오던 시절...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는 기쁨도 잠시,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코로나도 한참 퍼져서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있었고,
회사 분위기도 많이 바뀌어버렸다.
화상 회의가 늘어났고,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면서
점점 더 많은 업무량이 주어졌다.
출퇴근을 안하기 때문에 오히려 근태에 대한 압박감은 더 커지고 있었다.
조금 더 자유로웠지만,
자리를 지키며, 핸드폰과 함께하는 삶이 계속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또, 백신도 보급되면서
다시 출퇴근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티별로 교대 근무를 진행했고,
점점 더 들쑥날쑥한 업무 시간과 함께...
모두가 결과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덧 입주 시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청약 당첨된 아파트에는 임차인을 구할 생각이었다.
투자 공부도 했었고, 나름 준비도 했으니...
월세 세입자 하나쯤 구하는 건 어렵지 않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냉혹했다.
입주장도 시작되었고, 부동산은 하락기였으며
코로나로 인해 거래도 활발해지지 않다보니...
전세가는 하염없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규제가 거듭되다보니...
가격 조정없이 제대로 된 조건에 세입자를 맞추는 건 거의 힘들었다.
더군다나 코로나 때 풀린 돈 때문인지...
미 연준은 게속 금리를 올렸고,
우리나라도 계속 금리가 치솟기 시작했다.
마음은 초조했고, 고민은 깊어졌다.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들어가서 살아야겠구나!'
몸빵하기로 마음먹고 나니 오히려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
뭐든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울 뿐,
결정된 미래는 적응하기만 남은 셈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사했다.
잔금 대출을 실행했고, 각종 집기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테트리스를 하듯이
새로 짜여진 판에 맞는 소품들을 사다가 맞추기 시작했다.
신혼집을 방불케 했다.
이삿날을 잡아놓고, 이사업체를 선정하고,
아이 전학 준비도 했다.
큰 아이 전학 문제도 쉽지 않았다.
워낙 조용한 아이다 보니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해갈지
그게 걱정스러웠다.
큰 아이 뿐만이 아니었다.
둘째 유치원도 겨우 적응 시켜놨었는데....
새로운 친구들 사이에서 잘 지내게 될런지...
걱정에 걱정을 계속 하게만 되었다.
그리고 내 몫도 남아있었다.
새벽 4시반 알람이 울리면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5시면 밖으로 나가야 했다.
광역버스를 타던, 지하철을 타던...
시간에 맞춰서 출근하려면 일찍 일어나야만 했다.
물론, 7시쯤에 지하철만 타더라도 충분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더 힘들었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가기 위해선 서둘러 출근하는 것만이 하나의 방법이었다.
2번의 갈아타기를 해야헸고,
시간은 편도 2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아무리 빨리 출발하더라도 2시간 이내로 시간을 줄일 수는 없었다.
갈아타는 동안 대기시간도 길기도 했고,
갈아타러 가는 동선도 길었다.
퇴근길은 더 만만치 않았다.
그나마 인천에서 서울로 가는 첫차는 사람이 적어 앉기라도 했는데,
서울에서 인천으로 오는 퇴근길은 아예 앉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만원 지하철에 몸을 맡긴채 나의 체력은 고갈되고 있었다.
업무 강도도 만만치 않았다.
보통 특허 업계는 여름을 지나면서부터 일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여름에 이사를 했으니 이제 막 쏟아지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입주부터 아이들 적응기간,
나의 출근까지 ....
업무 스트레스와 체력 저하까지
몸과 마음이 동시에 소진되기 시작했다.
가끔 재택 근무가 허용되기는 했지만,
멀어진 출퇴근 길 떨어진 체력 때문인지....
피로도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유없이 아픈날도 많았고
병원에 다니며 이유도 모르고 먹는 약이 늘어났다.
약을 먹는 날이 안먹는 날보다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집에와서 저녁을 먹으면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주말마저 온전치 않았다.
그렇게 계속 버티고 있었다.
1년이 지났을 무렵....
몸은 점점 더 무거워졌고,
체력은 바닥을 찍었다.
기운도 없고, 평소 좋아하던 책도 마음껏 읽기 힘들었다.
어떤 취미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괜찮아... 조금만 더 버티면 좋은 날이 올꺼야!'
나 스스로를 달래보았지만,,,
이미 마음속에서는 균열이 시작되고 있었다.
무기력함과 피로, 불안, 후회,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
그 때는 몰랐다.
이게 바로 번아웃의 전조증상이었음을....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나의 일상과 나의 정신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화, 실적 압박이라는 번아웃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