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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서재 Feb 21. 2019

6. 소설 법정, 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백금남

무소유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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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결국 공(空), 무(無)

20대 중반 친구가 길상사라는 절에 가자고 해서 처음 가보았어요.

그때의 날씨, 가던 길의 정경, 절의 대문, 스님의 처소가 생생히 기억납니다.

약간 쌀쌀한 가을 날씨에 우리는 사진 찍고 둘러보다 내려왔어요.

그 당시 길상사 앞에는 효재님의 집도 있었어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종교가 없고 불교인도 아닌데 길상사만 가면 편안해집니다.

그러다 보니 길상사 안에 (스님에겐 곳곳이 수행처인데) 등산하다, 산책하다 들르는 일반인들이 많았어요.

아무 생각 없이 다녔는데 돌이켜보니 그곳이 절로 변모한 사연을 알고도 궁금함이 없었네요.

법정 스님과 천억 대의 재산인 길상사 부지를 기꺼이 내놓으신 김영한 여사

(성북동 대원각이라는 요정의 안주인이자 시인 백석의 연인 자야)의 인연 이야기를 듣기만 했는데 이렇게 책으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소설 법정은 백금남 작가가 스님의 행적을 조사하다 습작했던 원고를 찾기도 하셨대요. 얼마나 귀하게 보였을까요. 스님께서 태어나신 해, 출가하신 해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이 또한 자료를 통해 정확히 알아내셨습니다.

작가는 스님의 무소유를 실천하시기도 합니다. 스님의 삶을 쓰다 보니 스님의 정신이 작가에게 스며든 거예요. 친구에게 받은 난을 정성껏 키워 꽃 피우게 한 후 법정 스님께서 생전에 그러하셨듯 친구에게 원래 난이 없었던 것처럼 돌려주십니다.

우리 욕심이란 아주 작은 것부터 생길 수 있는데 특히 그게 생명이라면 더욱 다른 사람에게 선뜻 주기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제 막 몇 년 만의 봉오리를 틔운 청아한 난꽃이라면 그 아름다움을 곁에서 가능한 오래 탐하고 싶지 않을까요?

법정 스님의 삶을 다시 살아보는 것처럼 따라가셨을 작가가 대단하시다고 느꼈어요.

책 내용 중 몰랐던 것을 간단히 써보면요.

선승과 학승에 대한 오랜 논쟁, 서슬 퍼렇던 군사 정권 시절 법정 스님의 칼날보다 날카로웠던 펜, 정치 불교계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셨던 용기와 엄정함, 교인들이 새 옷을 해다 드리면 다른 스님들에게 선물로 주고 물건이 하나 늘어나는 것을 경계하셨던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이었습니다.

소설가로 스님의 첫 기억을 초반에 넣어주신 게 탁월했다고 보입니다.

스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바로 그 첫 기억, 아버지께서 아픈 몸을 이끌고 어린 스님을 데리고 가서 목격한 어느 스님의 다비 장면

어린 눈에 앉아있는 스님의 시체를 화장하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고요. 그다음 날 새벽 항아리에서 돌 같은 사리가 나온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했을까요.

그 장면이 바로 스님의 갈 길처럼 예고되었어요. 아버지께서 아프셨는데도 불구하고 아들을 데리고 간 이유는 직관적으로 큰 스님이 될 줄 아셨기 때문일까요. 그야말로 제가 쓰는 소설이지만, 구도의 길로 인도하신 게 스님의 아버지 같습니다.

스님의 일화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여러 개인데요.

하나는 법정 스님이 국수를 정말 맛있게 삶으셨다는 것? ㅎㅎ 국수를 손님들에게 손수 대접하고 신도가 설거지하고 난 후 스님은 수채 구멍에 남은 국수 몇 가닥 주워 드셨답니다. ^^; 그 신도가 나중에 설거지할 때 가능한 남기지 않기 위해 그릇의 국수를 건져 먹었더니 스님이 그걸 보시고는 그걸 왜 먹냐 하셨대요. ^^;

두 번째 충격적이었던 일화는 쥐 이야기인데요.

산속 집이니 동물들이 오가는데 쥐와 친구가 되어 먹을 것을 나눠주곤 하셨답니다. 통통해진 쥐에게 어느 날 설법을 했다고 합니다. 너도 쥐보를 벗고 내생에는 해탈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그 다음날 쥐는 헌식 돌 아래 죽어있었다고 해요.

어머니와의 사연은 애끓습니다.

남편 먼저 보내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었는데 대학 공부를 중단하고 돌연 자취를 감추었으니 어떤 어머니가 담담히 받아들이시겠어요.

아들을 찾기도 많이 찾으셨고 돌아가실 때까지 이름을 부르며 왔느냐고 물어보셨다고 해요.

일단 출가할 때 이렇게 갑자기 하루아침에 절연하는 줄 몰랐고요. 속가의 인연으로 정을 끊지 못해 수행하시는데 얼마나 어려우셨을까.

정진하면서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짓지 않으셨을까 싶었습니다.

책 출간 후 자꾸 사람들이 자주 찾아왔는데 싸인 한 번 받아보지, 글 하나 써달라는 심정으로 오는지 스님 눈에는 다 보인답니다.

젊은 남녀가 와 글씨를 써달라고 조르는데 스님이 대노하셔서 이 짐승들을 멀리 내쫓으라 하십니다.

사람들이 찾지 못하게 거처를 강원도 산골짜기로 옮기셨는데요.

매일 혼자 계시니 외로움에 약초 캐러 오는 할아버지께 식사 권하고 하루 주무시고 가시라는 장면이 작가가 상상했다고 해도 스님도 사람이지 하는 인간적인 면이 드러납니다.

이외에도 이해인 수녀님과의 인연, 맑고 향기롭게 단체 출범, 대표로 활동하신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평생 스님의 원고료로 장학생들을 후원하셨는데요. 출판서에 원고료 왜 빨리 안주냐 재촉하고 호통치면 무슨 중이 그리 돈을 밝히냐 스님 뒤에서 그랬대요.

스님은 한 달에 한 번 제때 학생들에게 돈이 가지 않으면 학생들이 힘들어질까 그러셨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 할머니 손을 잡고 작은 아버지께 학비를 받으러 다녔던 기억이 아픔으로 남으셨던 건가 짐작해 봅니다.

법정 스님 입적 후, 스님의 책 '무소유(범우사)'를 소유하기 위해 서점에 몰린 사람들의 기사를 접했을 때의 허탈감이 떠올랐어요.

스님의 유언은 사리를 구하지 말고 모든 출간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 하셨는데요. '무소유'를 소유하겠다는 중생들의 소동, 스님의 입적과 동시에 어려운 출판사도 회생해보겠다는 시도들.. 이런 모습을 스님이 떠나며 보시기에 어떠셨을까 싶습니다.

무소유의 삶은 워낙 간단하여 스님께서 하실 말씀이 없습니다.

온몸으로, 돌아가실 때 유품 몇 가지가 단적으로 보여주었어요.

사람이 얼마나 가벼워질 수 있는지 옷과 지팡이? 정도의 사진 한 장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단출한 생활 실천이 어려운 거죠.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사는 듯해요. 아파트 똑같은 구조의 집에 몇백 킬로, 혹은 몇 톤의 무게의 짐을 견디며 사는 우리는 언제쯤 가벼워질 수 있을까요?

죽기 전에 가능할까요?

죽어서야 모든 욕심을 내려놓을까요?

요즘 눈은 왔지만 봄기운이 느껴져 사고 싶은 옷을 사진으로 저장해놓고 봅니다.

처음 볼 땐 정말 예뻐요.

두세 번 보면 내가 이 옷을 입고 잠깐은 기분이 좋겠지만 언젠가는 다시 재활용되게 h&m에 보낼 겁니다.


(자린고비 ㅋ

말린 생선 보고 입맛 다시듯 ㅎ)

요즘 시대는 순환, 물류의 시대로

내 손에 소유, 공유(대여)했다 사라지기에

유행, 흐름도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의류 소비가 또 상위권을 차지한다는데.. 나는 무언가를 또 사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됩니다.

최근 돈읽녀님이 출간하실 예정인 풍백님의 책이 있대요. 1년 동안 옷 안 사기 프로젝트를 다듬어 에세이형 자기 계발서라고 하는데요.

1년 동안 옷을 안 산다고? 하는 의문이 바로 들었습니다. 그럼 옷장의 그 많은 옷은 뭘까요? 그동안 사서 쟁여놨던 옷은 어디 있을까요?

문제는 있는 것도 관리가 잘 안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결론은 있는 걸 잘 활용하고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자입니다.

소유욕

평범한 우리에겐 죽을 때까지 숙제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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