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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서재 Mar 14. 2019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모르는 영역-권여선

자선작 <전갱이의 맛> - 자기대화는 침묵 속에서 일어난다.

한줄평 : 너와 나의 모르는 영역, 수상작보다 더 좋은 자선작

상을 타본 사람이 상을 또 탄다고.

권여선 작가님께서 수상하신 문학상이 다양하고 여러 개다.

수상작품집을 자주 선택하긴 어렵다.

문제 풀다 답답하여 모범답안을 살짝 들춰본 기분이랄까..

작가님은 소설쓰기란 이런 거야 라고 보여주시는 듯하다.

작품 <모르는 영역>에서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고스란히 펼쳐진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관계

서로 어긋나는 지점들이 많아 그 사이 선으로 그려진다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다 기어이 까맣게 암흑처럼 칠해지는 블랙홀이 만들어진다.

그 까만 블랙홀은 점점 짙어져 어쩌면 구멍이 날 수도...

자기만의 언어와 해석으로 소통되지 않는 답답함, 아버지와 딸로서만 보고 보이는 면면

서로 위하는 마음이 결국 만나지 못하고 어긋나나 싶다가도 아빠의 팔과 딸의 어깨가 스치듯 잠깐 만난다.

나는 사실 <모르는 영역>보다 자선작이 더 좋았다.

대상 수상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한 편의 작품 <전갱이의 맛>을 싣는 건가.. 내 추측이다... 이 또한 나의 소설계와 출판계의 모르는 영역이므로...제 멋대로 짐작하는 것에 대해 작가님과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들이 이해해주시겠지.

<전갱이의 맛>은

이혼한 남녀가 이혼 후 3년만에 우연히 재회하여 식사하고 차 마시는 장면을 보여준다.

몇 개월? 전 남자는 성대 수술을 받았고 말을 많이 할 수 없었다.

짧은 결혼생활 동안 지극히 많은 말들을 해왔는데, 이혼 후에야 진정한 대화가 되는 두 사람

남자는 묵언수행하듯 자신의 수술 후 경험담을 짧고 담담하게 전한다.

사람이 어떻게 달라져도 이렇게 달라졌지? 하는 여자

내가 특히 동감했던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 남자 주인공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조심하며 살아가는 4주 동안 느꼈던 점,

바로 자기대화가 필요하다는 것

그 대화가 꼭 언어일 필요는 없다.

손짓, 몸짓이어도 자신만 알아들으면 된다.

언어가 상징이나 의미를 담지 않아도 된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청자가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있다.

내 말을 내가 듣는 것이다.

자기대화가 끊기면 호흡이 가빠져 숨 쉬기 어려운 것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리듬이 깨져버린다.

상담은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내밀한 속 이야기를 말함으로 효과가 있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말함으로써 자기 말을 듣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말의 내용도 봐야겠지만, 그 말을 전달하는 방식이 훨씬 의미 있다.

말투, 어조, 표정, 등등

부부상담 때 자신이 빚을 져 기를 못펴는 남편이었는데 부인의 말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냐 했더니 참담하죠 하셨다.

어떨 때 참담하시냐 물었더니 자신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놀라셨다.

엉겹결에 툭 튀어 나온 그 진실을 자신이 뱉어놓고도 들으실 수 없으셨다.

참담한 심정이 자기에 대한 모르는 영역에서 아는 영역으로 바뀌면 좋을텐데.

참담함을 참담하다고 말할 수 없는 그 남편의 비애가 느껴졌다.

둘째, 소통할 수 없다면 차라리 침묵을.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은 이혼 전까지 쌍방향 대화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듣고 싶은대로 자기중심적으로 이해하고 하고 싶은 말만 했다.

경청, 배려, 존중, 공감은 다른 세계의 언어였다.

그는 수술 받기 전에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전부인이 그가 침묵하는 것을 매우 낯설어하는 것만 봐도.

그는 경청이 없다.

그 안에 화자만 있고 청자는 없다.

관계도 소통도 일방적이다.

그런데 정작 그는 그것을 모른다.

자기는 말 잘 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말에 압도되거나 취해 흠모한다는 사실을 은근히 즐긴다.

그에게 좋은? 수술 후유증이라면

자신에게 비언어적으로 말하고 답하는 것이다.

신체 감각, 감정 변화를 정밀한 온도계처럼 시시각각 느끼는 것

그것이 그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이자

모르는 영역에서 아는 영역으로 가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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