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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서재 May 07. 2019

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창비(2019) / 스포O

소설보다 더 감동적인 작가의 말

완독
한줄평 : 소설보다 더 감동적인 작가의 말,
작가의 말로 진심 위로받았다. 사랑보다 어려운, 삶

한 사람과의 사별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여파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별 후의 삶은 이전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처음엔 추리소설 같아 범인을 찾아야지 싶었지만 이내 그러기를 관뒀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후 가족, 다른 사람의 영혼도 일부 죽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범죄 피해자 가족의 삶은 어떻게 되는가?
평탄하지 않은, 한 많은 사람의 생은 어떻게 끝나는가?
신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세상은 어떠해야 할까?
신의 존재에 대한 다언의 말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각 인물의 묘사, 드문드문 연도를 띄워서 각 챕터마다 다른 인물이 화자가 된다.
친절하지 않은, 여백이 많은 소설이다.
그래서 좋았다.
독자를 믿어주는 것 같아서.

책 속지에 당신을 상상합니다.
2019. 4 권여선 이라고 쓰여있다.
언젠가 한번 뵙고 여쭤보고 싶다.
깊은 질문과 사색은 어떻게 하시는지..

권여선 작가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소설가들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깬 도인 같다가도 아무것도 모르는 숙맥 같다가도
모든 종류의 고통을 겪어본 것처럼 말하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오롯이 즐거워하는 쾌락주의자처럼 보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 시는 구원이요,
계란 노른자의 아름답고 영롱한 빛과 레몬의 샛노란 자태, 하얀 속살을 드러내 주는 참외는
복수를 꿈꾸는 희망이자, 침이 고이고 배가 고프게 하는 식욕이 느껴졌다.
해언이 입고 있었던 노란 원피스와 다언의 노란 원피스, 해언의 무릎과 한 많은 한만우의 무릎, 해언과 혜은, 혜은과 은혜
작가는 샛노란색의 연상과 함께 동어를 반복하나 비슷하거나 다른 뜻을 가진 단어들을 배치하여, 인물들끼리 비교 대조하며
조금씩 조금씩 핵심에 다가가고 있었다.
줄거리, 결말에 대한 해석을 독자마다 조금씩 다르게 할지 몰라도.
소설을 두 번 이상만 읽는다면 각 인물들이 어떻게 살아진 건지 알 수 있다. 살아간 게 아니다.
살아진 거다.
특히 다언의 아픔이 증상으로 나타나는 심리 묘사는 놀라웠다.
이렇게 힘든 사람의 말을 실제로 들어보신 적이 있었는지 생생했다.

각 인물들이 그 사건 이후,
내 삶을 어찌할 수 없으니..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이미 선을 넘어섰으므로..
죄 많은 고독..
한 많은 생을 어쩔 수 없이
이어가야 한다는 인간의 숙명을 갖고 있다.

아픈 인물들의 이야기여서 나의 평(안)과 그들의 불 평을 비교하여 위로가 된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표지 레몬의 노란색처럼 따뜻함, 희망, 위로가 느껴지는 건 뭐 때문일까.
신기하다.

이런 소설 한 편을 쓰려면,
자신의 속을 몇 번 뒤집어야
쓴 것을 얼마나 갈아엎어야 하는지..
존경스럽다.

지금까지 작가의 말은 그저 맨 끝에 나오는 글이었다.
작가의 말을 읽고 위로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부디 권 작가님이
위로받은 독자 한 사람을 상상해주면 좋겠다.
진심 작가님의 두려움이 나의 두려움과 통했다고.
그저 누르고 참아왔던 두려움과 만나게 해 주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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