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로리아 벨, 저 아줌마 누구야? (스포 있음)
중년기 여성 빈 둥지 증후군
포스터가 매력적이었다.
줄거리를 보니까 괜찮아서 선택한 영화
아이들을 다 독립시킨 중년의 여성
직장에 다니지만 더 이상 엄마 손이 필요하지 않은 아이들 곁에서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고,
클럽에 혼자 가 춤추는 게 유일한 낙인 글로리아
어느 날 당신은 그렇게 항상 즐겁냐는 처음 본 남자의 물음에 '노'라며 서로 웃는다.
음울해 보이는 그와 즐거워 보이는 그녀는 그렇게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열정적인 첫날밤을 보낸 후 그는 이혼한 지 일 년 됐다면서도 다 큰 딸들의 뒤치다꺼리 하느라 여념 없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그녀는 우선시 되지 않는 것에 점점 불만과 화가 쌓여간다.
권태와 무기력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때는 오직 춤추는 순간
그녀가 눈뜨는 시간, 늘 혼자임을 확인해야 하는 타이밍,
차 속에서 홀로 노래 부르는 그녀,
어딜 가든 혼자이기에 자기 소 개부 터하는 그녀,
참 안쓰러웠다.
내가 울컥했던 부분은
딸을 공항으로 픽업해주면서 엄마 울지 않을 거야
그러니 공항에서 헤어지자며 사정하듯 말하는 엄마에게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여기서 헤어지자고 단호하게 말하는 딸
그런 그녀를 보내고 주차장으로 제발 제발 하면서 차를 빨리 몬다.
그리고는 뛰어가 공항 내에서 딸이 저 멀리 걸어가는 모습을 붙잡듯 보고는 그 자리에서 울어버린다.
내 맘 같지 않은 자식들,
늘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는데
그들의 시선은 항상 타인에게 가있다.
내가 독립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대학 입학 후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게 되자,
부모님은 나를 기숙사까지 데려다주시고 짐을 함께 날라주셨다.
어머니 아버지는 기숙사 방에 있는 훌쩍 커서 성인이 된 내가 낯설었던 모양이다.
그전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기에서 어느새 세월이 흘러 갑자기 부모님의 눈길, 손길을 벗어난다고 직면하자 당황스러우셨던 것 같다.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해도 처음의 충격은 늘 준비보다 큰 법이다.
어머니는 서운해서 기숙사 방 안에서 좀 더 계시다 가고 싶으셨는데, 나는 그토록 원하던 독립이라 얼른 집으로 가시라고 했다.
그때를 떠올리면 나는 참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싶었다는 것과 영문도 모른 채 매정하게 닫힌 문 앞에서 어찌하실 수 없었던 엄마의 막막함과 무력감을 알 것 같다.
빈 둥지 증후군
건강과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자녀들은 늘 내 바람과는 멀어지고
일자리에서도 주변에 있는 듯 없는 듯 있다 사라지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도 그들 인생의 부침에 따라 늘 곁에 있을 수 없으니
나의 존재감을 느끼려 이리저리 기웃거리지만,
누군가에게 외로움을 빌미로 이용당할 뿐이다.
어딜 가든 역할이 아닌 이름뿐인 나만 남는다.
누군가의 엄마, 아내, 직함 등을 다 뺀 순수한 나
그럴 때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내가 나를 돌보며 지내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철저히 고독한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녀의 집에 쥐도 새도 모르게 매일같이 들어오는 아주 깡마른 고양이는 어쩌면 그녀와 똑같은 신세
딸들을 돌봐줘야 한다며 짜증내고 신경 쓰는 남자에 비해
자녀를 돌봐주고 싶어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해, 전화해해도 자녀들의 전화 한 통 없는 그녀
남자는 자식들 전화 때문에 자기(self)가 없고
여자는 자식들 전화가 없어 자기가 없는 듯 느낀다.
그렇게 얽히고설키는 관계
끊어내고 싶지만 끊기지 않는 가족의 엉겨붙음으로 인해 남자는 상대적으로 덜 외롭다.
그녀는 묘한 질투와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그녀의 허전함, 쓸쓸함으로
그에게 복수의 한방을 날린다.
그래, 너는 가족끼리 잘 살아봐!!
그녀의 집에 몰래 들어오는 고양이를 드디어 내쫓지 않고 참치를 사이좋게 나눠먹는다.
윗집의 층간소음은 가족은 재앙, 관계나 타인은 지옥이라는 걸 몸소 보여주고
글로리아는 천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 아래에서 처절한 고독감을 대마초를 피우며 견딘다.
몸서리쳐지는 극과 극의 비교다.
영화는 잔잔하고 재미를 추구하지 않기에 밝은 영화를 원한다면 비추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중년기 여성분들~ 제일 공감하지 않을까.
특히 우리나라는 글로리아처럼 자유로운 부인들이 없고
늘 남편 시댁 자녀 사회의 눈치 보느라 하고 싶은 거 못하고 살아오셨다.
그러다 보니 한 맺힌 게 많을 거라
나이 들면 마음 잘 맞는 여자 친구들끼리 놀러 다니시는 게 좋아 보인다.
그게 유일한 낙
많은 여성들이 수다로, 놀이로, 관광으로 푸시면 좋겠다.
글로리아처럼 스스로 옥죄는 게 없으면..
혼자라서, 라는 틀을 깨는 것
글로리아의 어머니가 글로리아에게 한 대사
세월이 쏜살같이 간다던가,
건강 챙기라는 말
글로리아 어머니의 말이 늘 듣던 것과 아는 말임에도 와 닿았다.
그녀는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해 같이 있던 시간, 마치 아기 같았다.
사람은 징하게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손이 많이 가는 동물이다.
어머니의 사랑이 잠깐 느껴졌던 것처럼 자기도 스스로를 그리고 새 식구 고양이를 돌봐야 한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빵 터졌던 때는
아빠, 저 말라깽이 아줌마 누구야?
하는 대사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누구냐고.
진정 어떤 사람이냐고 말이다.
고양이도 글로리아도 말라깽이
누구냐는 대사도 의미가 있다.
누군가의 애인도, 엄마도, 딸도 아닌
나? 글로리아 벨이야!! 하고 외치는 영화다.
실제로 저 아줌마 누구야 대사가 있는 장면에서 통쾌함을 느꼈다.
나 같으면 더하고 싶었을 텐데 ㅋㅋ
그 정도로 넘어간 게 다행인 줄 알아 이 넘아!!
차에서 부르는 글로리아 노래와
영화 속 ost 가 다 좋았다.
영화음악 즐겨듣는 사람들에게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