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우산>, <rain> , <개구리가 좋아하는 날씨는?>
나는 날씨형 인간이다. 날씨에 따라 기분도 컨디션도 크게 좌지우지되는 사람.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 나의 베스트 날씨는 아니다. (사실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그래도 아이 덕분에 조금 덜 싫어하게는 됐다. 빗물이 만든 물웅덩이를 보면 "엄마 찰박찰박 소리 나요!"하면서 장화를 신고 폴짝폴짝 뛰는 아이가 떠오르니 말이다. 여튼 비를 그리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어쩐지 이 날씨에 더욱 어울리는 무-드라는 것이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rain, 말러교향곡 5번 4악장, 김광진의 눈이와요(눈이 오는 노래인데 나는 이상하게 이 노래를 비 오는 날 듣는 것을 좋아한다), 언니네이발관의 아름다운 것, 혁오의 톰보이, 강아솔이 부르는 하도리 가는 날은 비오는 날 더욱 좋다. (아, 요즘 사람들은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 뭐 이런 노래들을 듣는다고 하던데요!) 여튼 그림책도 마찬가지. 비가 오는 날에 읽으면 더 즐거운 책들이 있다.
사실 이 컬렉션은 내 아이디어가 아니라 바당이로부터 시작됐다. 이수지 작가의 <이렇게 멋진 날>은 비오는 날 몇 번 읽어줬었는데 어느 날엔가 바당이가 "엄마 비오니까 그 아저씨가 우산 쓰는 책 읽자요!"하기에 내가 "와, 정말이네!" 맞장구 치면서 완성한 것이다. (<이렇게 멋진 날>은 이전 포스트에서 소개했으니 스킵하고 오늘은 나머지 세 권만.)
사노요코, <아저씨 우산> (비룡소)
사노요코는 아마 아이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작가일 것이다. 어린이도서관에서 나와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가졌던 책도 <태어난 아이>(당시에는 <세상에 태어난 아이>라는 제목으로 구판절판된 책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재출간 되어 얼마나 기뻤던지.) 동화책 속 묘한 성고정관념과 성편견을 깨우치게 해 준 책 <백만 번 산 고양이>도 모두 사노요코의 것이었다. 아이는 아직 저 두 권에는 큰 관심이 없고 대신 <아저씨 우산>을 아주 좋아한다. <아저씨 우산>의 주인공은 뭐랄까...약간 나 같은 사람이다(?) 늘 멋진 우산을 들고 다니지만 정작 비가 올 때는 우산이 비에 젖을까봐 쓰지 않고 빠르게 걷거나 처마 밑에 서서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사람이다. 그런 아저씨가 마침내 우산을 펴게 되는데...그 부분은 언제봐도 재미있다. 아이는 여기 나오는 노래를 아주 좋아해서 그 부분을 읽을 때마다 꺄륵꺄륵대느라 바쁘다. 아저씨가 마침내 우산을 펼치게 만드는 마성의 노래!
Robert Kalan/Donald Crews ,<Rain>
아주 얇은 페이퍼백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단순한 일러스트와 단어들 위주의 구성이라 아주 어렸을 때부터 볼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텍스트로 비가 내리는 걸표현한 게 매력적이다. 중간중간 볼드/이탤릭 효과를 활용해 빗줄기를 다채롭게 그려낸 걸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메리언 데인 바우어/도로시 도노휴, <개구리가 좋아하는 날씨는?> (웅진주니어)
책의 표지인 개구리가 제일 좋아하는 비 오는 날씨로 시작해 울새,족제비, 고양이, 북극곰 등 동물들이 좋아하는 날씨를 얘기한다. 약간 자연관찰 그림책 버전이랄까. 맨 마지막에 황보연 연구원님이 이 책의 동물들이 그 날씨를 좋아하는 이유를, 동물들의 습성과 서식지와 연관지어 설명해주고 계신다. 박쥐가 맑은 날을 좋아하는 것은 흐린 날보다 박쥐가 내는 초음파(사람귀에는 들리지 않는다)를 알아차리는 게 쉽기 때문이라고.
오늘은 아이 하원하고 오면 우선 이 책을 같이 읽어보고 그럼 우리 이제 여기 나오는 동물들 책을 하나씩 찾아볼까? 이러면서 자연관찰 책 서가로 바당이를 자연스럽게 안내하고 세이펜과 바톤터치를 하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