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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 Sep 04. 2019

Todd Parr가 그리는 다양성

It's okay to be different!

 

 아이 키우기 전에도 내가 토드 파의 일러스트를 본 적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런데 언젠가 도서관이었나 어린이책미술관이었나에서 토드 파의 책을 처음 봤을 때에는 이미 꽤나 익숙했다. 약간 양육가정의 에릭 칼(Eric Carle)같은 존재인걸까. 토드 파의 그림들은 워낙 볼드하고 알록달록해서 사실 스치듯 봤어도 잊기 힘든 그림이긴 하다. 나는 무채색이나 톤다운된 색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사실 처음에 토드 파의 책들을 봤을 때 약간 눈이 피곤하다는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아이와 살면서 원색에 익숙해졌고 솔직히 또 원색을 좀 좋아하게 됐다. (나이들어서 그렇다는 평도 많았음.) 토드 파는 캘리포니아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 사실 그래서 이런 색들을 의심없이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도 조금 하고 있다. 그런 날씨, 그런 햇빛은 정말로 사물을 반짝반짝 빛나게 보이도록 만드니까. 어쩌면 토드 파는 그저 보이는대로 그리고 있는 것 아닐까.  

 



 토드 파의 책들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다양성(diversity)'일 것이다. 그의 작품세계를 단 한 권으로 얘기해야 한다면 <It's okay to be different>를 꼽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그러니까 달라도 괜찮아', '원래 다 그런거야'. 그런 이야기들이 다양한 주제로 반복된다. 이런 가족도 있어, 이런 엄마도 있어, 이런 아빠도 있지, 이런 머리 모양을 한 사람도 있어, 이런 걸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는거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서사가 있는 책은 아니고 그림이 단순하게 반복되는 책이다. 토드 파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다양성'이 하나의 중요한 가치로 '권장'되거나 혹은 좀 더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이기 때문에 '승인'되는 세상이 아닌 그냥 정말로 다양한 존재들이 뒤섞인 채로 살아가는 세상의 구성원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다양성은 아주 중요한거야! 우리는 다양성을 추구해야 돼! 존중해야 돼! 이렇게 힘주어 말하는 게 아니라 그저 사심없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정말 그렇거든! 정말 다양하거든! 그러니까 너무 걱정마! 이런 인상이다.


 그런데 이런 책에 대해서는 좀 마음이 복잡하기도 한데. 가령 휠체어를 탄 사람을 그려두고 이런 사람도 있어! 라고 보여주는 것이 자연스러운가? 라는 의문도 들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등장인물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나오고 여자와 남자가 비슷한 수로 나오고 그 여자와 남자들의 차림새과 직업이 다양하고 그런 편이 아이들에게 다양성에 대해 더 잘 알려줄 수 있는 것 아닐까 싶은 거다. 물론 그런 책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수가 많은 편이 아니기도 하고(특히 국내도서엔 잘 없다.) 그런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도 있고 이런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도 필요하구나 그런 생각이다. 아이 입장에선 이렇게도 배우고 저렇게도 배우면서 우리 주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존재들에 대해 되도록 많이 접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The Mommy Book>. 책을 펼쳤을 때 양쪽 페이지에 서로 상반되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런 엄마도 있어, 저런 엄마도 있지, 라고 해주는 구성인데 이 페이지를 제일 좋아한다.



"Some Mommies work at home , Some mommies work in big buildings"


우리 나라의 전업주부에 해당하는 표현인 SAHM(Stay At Home Mom)을 볼 때마다 아니 스테이라니!! 스테이라니!!! 하면서 복장이 터졌던(...)것을 떠올리며 정말 세심하고 정확한 단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 집에 있는 게 아니라 집에서 일을 한다고! 이런 건 이렇게 정확한 언어로, 그림으로 보여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아이에게도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것 아닐까 싶어서 더더욱 좋았다.



"Some mommies like to cook, Some mommies like to order pizza"


그리고 이 부분도 좋다. 어떤 엄마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어떤 엄마는 핏자 주문하는 걸 좋아하지!

이 장표 보면서 우리도 그러잖아! 우리도 어떤 땐 엄마가 맛있는 거 할 때도 있고 아빠가 할 때고 있고 근데 또 어떤 날은 핏자 시켜먹잖아! 그런 얘기를 해 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쉽게도 토드 파의 책이 다 번역되어 있지는 않다. <세상의 모든 자동차 책>, <내가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 <모든 가족은 특별해요>, <기분을 말해봐> 정도만 나와있다. (출판사들은 각각 다름) 그리고 트위터에서도 한 번 얘기했었지만 원서와 번역본이 완전히 같진 않다. 장표가 빠지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배경톤들이 미묘하게 다른 장들이 있었다. 문장들이 복잡하거나 단어수준이 아주 높지 않아서 번역되지 않은 책들은 원서로 찾아보셔도 무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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