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처음은 초보다.

by 읽고쓰는편

누구나 처음은 초보다.


나는 그 사실을 잊고 살았던 적이 많다.

여러 가지 도전을 했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내가 초보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나름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고 생각했지만, 그 경험들이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완벽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30대 초반, 전혀 다른 분야로 직업을 바꿨을 때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처음 그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같았다.

이전에 해오던 방식은 통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능숙해 보였다.

나는 프로듀서라는 명함만 있고 이 일을 해본 적은 없는, 영화 현장 자체가 처음인 초짜였다.

내 나름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경력이 많은 분들에 비교하면 부족함이 많은 게 사실이었다.

도와주려고 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경력 없는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나의 부족함을 들킬까 봐 두려웠고, 빨리 그들을 따라잡고 싶다는 마음에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그럴수록 실수는 반복되었고, 초보라는 사실을 감추려 할수록 상황은 더 나빠졌다.


두려움과 압박으로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다 하루는 새벽 4시가 넘도록 잠이 오지 않자, 불쑥 화가 났다.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나를 가혹하게 괴롭히는 나에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모두가 나처럼 서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해 왔을 텐데, 왜 나는 나 자신에게만 그렇게 가혹했을까.

초보라는 건 절대 스킵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데 말이다!



그때부터 나는 초보인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서투른 것도, 실수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걸 받아들이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때부터 배움의 속도가 빨라졌다.

모르는 건 솔직하게 물어보고, 실수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오히려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완벽해지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더 자유롭고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초보라는 건 결코 약점이 아니다.

오히려 성장의 출발점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서툴고 실수를 반복해야만 한다.

아기가 걷기 위해 수없이 넘어지는 것처럼.



초보였던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고,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마주할 때 나는 기꺼이 초보가 될 것이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