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침대 안이 제일 위험해

by 읽고쓰는편

아침 8시에 알람이 울리고, 몸을 뒤척이며 핸드폰을 찾으면 따뜻한 털뭉치가 가장 먼저 손에 잡힌다. 일단 시끄러운 알람을 끄고, 그 털뭉치를 붙잡아 한바탕 뽀뽀 세례를 한다. 고양이가 귀찮다는 듯 침대를 벗어나면, 그제야 다시 자리를 고쳐 누워 핸드폰을 확인한다.


‘간단하게 날씨만 확인해야지.’ 하고 폰을 켜면 이메일을 확인하게 된다. 오늘 봐야 하는 뉴스레터만 보려고 했는데, 카톡에 읽지 않은 알림이 잔뜩 떠 있다.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확인해 보면, 아침부터 부지런히 온 광고 메시지들. 동네 식료품점의 공동구매 소식, 친구들의 단톡방 잡담까지. ‘이제 진짜 일어나야지.’ 하면서도 마지막으로 인스타만 딱 확인한다.

간단히 인스타만 확인했을 뿐인데 50분이 지났다.

맙소사. 불편한 자세로 누워 있었더니 어깨도 아프다. ‘똑바로 누워서 스트레칭을 해야지.’

이렇게 자세를 바꾸며 오늘 해야 할 일을 떠올리지만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핸드폰을 볼 때는 뭔가 팽팽 돌아가던 뇌가 막상 생각하려니 여전히 잠들어 있는 것 같다. ‘오늘 마감해야 할 일은 없는 것 같은데…’ 하며 마음이 느슨해지면 다시 스르륵 잠이 온다. ‘9시까지만 더 자야겠다!’ 생각하며 눈을 감고 10분 후 알람을 맞춘다.


“애애애애옹—” 알람소리가 아니라 잔뜩 짜증이 난 고양이의 울음이다.


눈을 떠보니 10시 20분.

더 잤는데, 8시에 일어났을 때보다 훨씬 피곤하다. 그래도 고양이의 간식 요청에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간식을 챙기고 밤새 어질러진 집을 정리한 뒤 샤워를 하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혼자 챙겨 먹는 끼니는 왜 이렇게 귀찮을까. 라면을 끓여 12시 뉴스를 틀어놓고 먹는다. 오늘은 밥을 말지 않았다. 이런 나를 기특해하며 밥상을 치우면, 정말 무서운 녀석이 찾아온다.


‘혈당 스파이크.’
몸이 축 늘어지며 정신이 흐리멍덩해진다. 이 상태로 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잠시만 쉬고 시작하자.’ 소파에서 쉴까 하다가, 어차피 쉴 거면 침대가 더 편하지 않나 싶다.

‘맞아, 20분 정도의 낮잠은 생산성을 높인다고 했어.’

이렇게 다시 침대로 돌아간다. 해야 할 일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이 상태로는 도저히 집중이 안 된다. 신기하게 밤에는 오지 않는 잠이 낮에는 잘만 온다. 그리고 침대는 밤보다 더 안락하고, 이불은 더 포근하다. ‘20분만 자야지.’ 하며 눈을 감고 1시간 넘게 자버린다.


애석하게도 1시간을 자도 개운하지 않다. 남는 건 나에 대한 불신과 걱정뿐이다. 이건 누군가의 악몽이 아니라, 나의 일상 중 한 장면이다.

(절대 여러분의 일상을 훔쳐보진 않았습니다.)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에게 침대는 무엇보다 위험하다.


‘쉴 거면 조금 더 편하게 쉬렴.’ 하는 침대의 유혹을 벗어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누군가는 침대에서도 일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걸 해낼 수 있는 의지력의 소유자라면 세상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침대에 가면 졸리다. 피곤하지 않은 사람도, 졸리지 않은 사람도 졸리다. 몸이 안 졸리면 뇌라도 졸린다. 그러다 어떻게든 뭐라도 해보겠다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짧은 영상을, 심지어 그 짧은 영상도 끝까지 못 보고 스크롤을 한다.


이때 중요한 건, 이런 시간을 ‘편히 쉬는 시간’이라고 스스로 여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 자든, 의미 없이 스크롤을 하든 마음이 불편하다. 해야 할 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이 짓을 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결국 일을 해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자기 불신이 쌓인다.





나도 이런 내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두 가지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첫 번째는, 9시에 재택 하는 친구와 함께 출근 인증 사진을 올리는 것이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거나 아침 저널을 펼쳐 찍은 사진을 공유한다. 침대를 벗어나 책상 앞으로 가는 그 순간, 다시 침대로 돌아가는 일이 줄어든다. 집이 크지 않아도 물리적으로 공간을 옮기면 마음의 방향도 함께 바뀐다. 노트북을 켜고 저널을 펼치면 뭐라도 하게 된다.

물론 여기서 꼭 필요한 것은 이 인증을 꾸준히 하며, 못했을 때 적절하게 지적을 해 줄 수 있는 친구이다. 함께 하는 사람이 인증을 제대로 올리지 않으면 내 마음도 느슨해지고, 내가 안 올려도 별 말이 없으면 슬슬 눈치를 보며 요령을 부리게 되니 말이다.


여기서 하나 더 팁을 주자면, 9시 인증 전에 꼭 양치를 하는 것이다.
사람은 9시 사진만 찍겠다고 하면 진짜 그 시간에 일어나 사진만 찍고 다시 눕기 쉽다. 밤에 화장실만 갔다가 다시 침대로 돌아가듯이 말이다. 그래서 잠결이라도 양치를 해서 억지로 잠을 깨운다. 생각보다 이 단순한 행동이 몸의 감각을 깨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이나 세수보다도 빠르게 정신이 깨어난다.


두 번째는, 절대 침대에 누울 수 없는 옷을 입고 일하는 것이다.
우리 집은 고양이가 있어서, 검은색 옷을 입고 침대에 눕는 순간 그 옷은 끝이다. 그래서 나는 고양이 털이 붙으면 안 되는 옷을 입고 일한다. 물론 정말 피곤하다면 옷을 갈아입고 눕겠지만, 그 중간 과정이 한 번 더 들어가면 눕기 전 망설임이 생긴다. 고양이가 없는 사람이라면 구겨지면 안 되는 옷이나 침대에 눕기에 찝찝한 옷을 입는 것도 방법이다.




결국 중요한 건 의지력이 아니라 환경이었다. 나는 의지가 약해서 침대에서 못 일어나는 게 아니라, 침대가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였다. 게으름도, 피로도, 현실 도피의 순간도 침대는 모두 품어준다. 그래서 나를 이기려 하지 않고 침대를 이기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


이제는 침대와의 관계를 새로 정의했다. 침대는 ‘일을 미루는 공간’이 아니라, ‘진짜로 쉬는 공간’이다. 그래서 일할 땐 절대 침대 근처에 가지 않는다. 대신 일을 마치면 당당하게 그 안으로 들어가 완전히 쉰다. 그렇게 구분하니 이상하게도 하루가 덜 흐릿해졌다. 일하는 나와 쉬는 나의 경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프리랜서에게 침대는 가장 위험한 곳이지만, 동시에 가장 큰 보상이다. 침대가 주는 편안함을 미워하기보다, 그 편안함이 진짜 휴식이 될 수 있도록 나를 단련하는 것. 그게 혼자 일하는 사람이 배워야 할 첫 번째 규율인지도 모르겠다.


이전 01화1. 프롤로그: 오늘도 집으로 출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