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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소다와 베이킹파우더 그리고 사람

사람을 베이킹소다와 베이킹파우더로 비유한다면.

by 읽고쓰는스캇

디저트를 만들다 보면 꼭 필요한 재료가 있다면, 내 생각엔 바로 베이킹소다와 베이킹파우더일 것이다.

ChatGPT Image 2025년 7월 1일 오후 08_49_20.png


맨 처음 디저트를 만들 때 두 가지의 차이를 잘 모르고 시작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한 번에 확실하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내가 전문적이지 못한 부분이 아직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베이킹소다와 베이킹파우더의 차이는 확실하다.

베이킹소다는 오븐에서 반죽을 옆으로 넓게 펴지게 만들어준다. 반죽은 빠르게 반응하고, 시간이 흘러서 확인하면 얇고 바삭한 쿠키가 된다. 반면에 베이킹파우더는 반죽을 위로 도톰하게 부풀게 해 준다. 그래서 부드럽고 푹신한 디저트가 만들어진다.


자세하게 파고들면, 더 디테일하게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만 알아도 누군가에게 설명해 주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갑자기 내가 베이킹소다와 베이킹파우더를 말한 이유는 마치 이 2가지가 때론 사람 성향을 나타내는 거 같기 때문이다.


주변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뜨겁게 일을 하다 빠르게 식고, 새로운 일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 한 가지를 깊게 알기보다는 얕게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은 마치 베이킹소다가 더 많이 들어간 사람 같다. 깊이 있는 지식을 갖진 않았지만 누구와 대화를 나눠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있다. 또한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고집도 크게 부리지 않는다.


예를 들면, 아직 주문을 하기도 전에 카드부터 주려고 하는 손님들을 보면 그렇다. 뒤에 줄 서 있는 사람을 의식하고, 빠른 템포로 주문하고, 다음 일정을 생각하며 음료가 빨리 나오길 기다리다. 베이킹소다처럼 즉각 반응하고 다음 일에 집중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반면 베이킹파우더 같은 사람은 천천히, 한 가지를 깊게 파는 듯하다.

뒤돌아봐도 그 자리에서 버티며 있다. 한 가지를 집중해서 파다 보니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 외에는 큰 관심이 없다. 때론 대화가 되지 않는 답답함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의 특징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속이 따뜻하고 여유롭다.


예를 들면, 느긋하게 카드를 꺼내고 뒤에 있는 사람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손님들이 그렇다. 메뉴를 천천히 고르고, 자신만의 취향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베이킹파우더처럼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있는 느낌이다. 간혹 베이킹파우더 같은 사람을 만나면 정이 간다.


나는 가끔 나에게 묻는다. 난 어떤 요소가 더 많이 들어간 사람일까? 베이킹소다가 많이 들어가서 급하고 넓게 알고 있는 사람일까? 베이킹파우더처럼 속을 단단하게 채우고 있을까?


월급쟁이였던 시절엔 베이킹소다가 더 많은 사람이었다. 항상 관심 있는 게 빠르게 달라지곤 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느끼며, 빠르게 몰입했다가 또 빠르게 다른 것으로 넘어가곤 했다. 반면에 자영업자가 된 이후론 취미 삼아 글을 쓰는 것과 카페 마케팅을 많이 고민하며 조금 더 깊게 파고들려고 한다.


현재 나는 70%의 베이킹소다와 30%의 베이킹파우더로 나눠져 있다. 그 순간 만나는 사람에 따라서 내 안의 요소도 조금씩 조정된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을 만나면 베이킹소다가 더 많이 나오게 된다. 첫 만남에는 특히 베이킹소다의 성향이 강하다. 새로운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공통의 관심사를 찾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쿠키에 비유한 건 어쩌면 어리석을 수 있다. 어떻게 사람을 단 2가지로 나눠서 판단할 수 있을까? 그래도 카페에서 사람을 만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 2가지로 나눠지게 된다.


이상적인 비율이 있을까? 개인적으론 난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베이킹소다처럼 빠르게 반응하고 넓게 퍼져나가야 할 때가 있고, 때로는 베이킹파우더처럼 천천히 부풀어 오르며 속을 단단히 채울 때가 필요하다.


결국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두 재료가 모두 필요한 것처럼, 우리도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합으로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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