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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그리고 감자전

by 읽고쓰는스캇

오랜만에 반찬을 만들었다.

자주 하는 건 아니고 가끔 반찬을 만들 때가 있다. 오늘 갑자기 요리하게 된 이유는 그냥 주말을 하릴없이 보낸 게 조금 그랬다. 그렇게 침대에서 낮잠을 자다 갑자기 일어나서 지갑을 챙겼다. 집 근처 마트에 가서 3가지 재료, 양배추, 감자 그리고 콩나물을 사 왔다.


산 재료만 봐도 어떤 걸 만들지 대충 예상이 될 듯하다.

일단 양배추는 양배추 볶음을 만들고 싶었다. 중국 출장 갔을 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남아서 한 번 도전해 보게 되었다. 그때 먹었던 양배추 볶음은 불맛이 강하면서도 짠맛이 좋았다. 간장에 조린 거 같기도 한데 맛있게 먹었다. 평소 양배추를 잘 안 먹는 내가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선명했다. 조리법은 유튜브에서 확인했고, 생각보다 쉽게 만들었다. 다 만들고 나서 먹어보니 역시 중국에서 먹었던 그 맛은 아니다. 아무래도 중국에서 뭔가 다른 게 있었던 거 같다. 거기다 화력 차이가 있는 거 같다. 여하튼 그렇게 반찬 하나를 완성했다.


그다음은 콩나물로 콩나물 무침을 했다.

저번에도 만들어본 적이 있어서 조금 쉽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콩나물을 데쳐주고, 콩나물을 무칠 때 필요한 재료들을 넣어서 빨간 콩나물 무침을 만들었다. 다 만들고 나서 아내에게 보여줬는데, 아내가 원했던 건 흰 콩나물 무침이었던 거 같다. 난 아무 생각 없이 고춧가루를 넣은 빨간색 버전으로 만들었다. 맛은 잘 모르겠다. 맛있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조금 짠 거 같기도 한데 밥반찬으로는 나쁘지 않은 거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근데 너무 많이 만들어서 한 동안 열심히 먹어야 할 듯하다. 다행히 콩나물은 새끼 쳐서 더 불어나지는 않겠지?


오늘의 메인 반찬은 감자전이다.

며칠 전부터 아내가 감자전을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감자전은 처음 해보는 거라서 유튜브를 봤는데 레시피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초보인만큼 조금은 무식한 용기를 갖고 감자를 깎기 시작했다. 처음 도전하는 요리이기에 주방 싱크대는 조금씩 지저분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5알의 감자를 깎고, 전분을 빼내고 하다 보니 생각보다 양이 적게 나왔다. 내가 예상한 건 5개 정도였는데 실제로는 4개의 감자전이 만들어졌다. 만들면서 딱히 어려웠던 건 아닌데 양이 적게 나와서 속상했다. 그래도 무식한 용기를 갖고 감자전을 완성했다. 그동안 카페에서 디저트를 많이 만들었지만, 감자전을 만들 때에는 더 어려운 기분이었다. 아마도 처음 만들어서 그런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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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이라 저녁에 치킨을 시키고, 감자전을 먹었다. 초복에 보통 삼계탕을 먹기도 하지만, 이번엔 치킨을 시켰다. 오늘 중요한 건 치킨이 아니라 감자전이었다. 아내가 감자전을 입 안에 넣을 때 너무 떨렸다. 한 입 먹은 아내가 "오~"하면서 "맛있다"라고 할 때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 일요일 하루를 조금 알차게 보내고 싶은 내 마음과 아내가 먹고 싶어 했던 감자전을 해줬다는 게 뭔가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저녁을 다 먹고 나니 뿌듯함이 너무 컸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뭔가를 했다는 사실이 좋았다. 만약 오늘 반찬을 만들지 않았다면,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그냥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고, 책을 읽다 하루를 어영부영 보냈을 거 같다.


이렇게 반찬을 준비함으로써 내 요리 실력이 조금은 늘었을 거 같다. 매번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것보다는 자주 직접 만들어서 먹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그래서 다음엔 뭘 만들까? 고추장찌개도 만들어야 하는데 언제 만들지? 언젠가 한 번은 만들게 되겠지? 근데 지금 고추장찌개가 너무 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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