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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온 독서 정체기

by 읽고쓰는스캇

이번 달 나름 열심히 책을 읽는 중인데 지금은 잠깐 정체기가 왔다.

월에 한, 두 번은 갑자기 정체기가 와서 마치 신호에 걸린 자동차처럼 진행이 더디다.

요즘 책 읽는 속도가 떨어지고, 흥미가 떨어진 시기에 도달했다.

왜 이런 시기가 왔는지 대략 알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독서 중인 책에 이상하게 집중이 안된다.


서점에서 산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은 분명 좋은 책이고, 저자의 생각들이 잘 정리된 책인데 정말 조금씩 읽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상하게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다음 챕터가 궁금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냥 끊기는 기분이다.


그다음으로 예스 24에서 산 <쓰는 인간>은 아직 초반인데 이것도 나에게는 묘하게 쉽사리 읽히지 않는다. 처음에는 종이의 발견서부터 얘기가 시작해서 조금 흥미로웠으나 현재 3장째 읽은 중인데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는다. 쓰는 인간이 좋다는 근거를 나열하는 중인데 3장서부터 진도가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며칠 전에 산 <CEO의 다이어리>도 잠깐 멈춘 상태이다. 초반에는 "오~"하고 보다가 3장서부터 조금씩 읽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2장에서 약간의 꿀렁거림이 있었는데 3장에 오니 현재 나의 상태로는 뭔가 턱 하니 막힌 느낌이다.


솔직히 말하면, 앞에 나열한 말들은 다 핑계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그냥 체력이 떨어져서이다.

책을 읽는다는 건 엄청나게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작가의 생각을, 작가가 시간을 내어서 만든 책을 온전히 읽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저자의 말을 조금이라도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갖다 보면 체력이 많이 들어간다. 그러나 최근 내 컨디션은 그리 좋지 않다. 최근 무리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체력이 떨어진 상태이다. 초복을 지나며 더위에 내 체력이 꺾인 기분이다.


컨디션이 나쁘거나 체력이 떨어졌을 때, 책을 읽으면 읽는 속도가 나지도 않은 뿐만 아니라, 작가의 말에 순순히 순응하는 느낌이 든다. 작가와 대화를 하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평상시라면 작가의 말에 느낌표를 달거나 하이라이트를 치면서 뭔가를 배우려는 자세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저 글자를 따라가기만 하는 것 같다.


이전에도 이런 정체기가 오면, 무리하게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내 개인적인 경험상 억지로 읽다 보니 오히려 책에 손이 더 가지 않는다. 이럴 땐 차라리 억지로 책을 읽는 것보다 손 닿을 거리에 책을 여기저기 놓은 상태이다.


침대 머리맡에는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을 놔뒀고, 책상에는 <쓰는 인간>이 있다. 그리고 가방 속에는 <CEO의 다이어리>가 있고, 전자책도 갖고 다니는 중이다. 지금은 글이 안 읽히는 상태인데 이러다 갑자기 읽기 시작하면, 언제든 볼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정체기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른다. 지난번 정체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3~4일 정도 지나니 다시 책이 읽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정체기가 된 지 대략 3일째인 듯하다. 책이 읽히지 않는 지금은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는 중이다. 이렇게 지내다 갑자기 책을 읽었을 때, 재밌다고 느끼는 순간이 온다. 지금 난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독서가들이 나와 같은 정체기를 겪을 거라고 예상된다. 다들 각자만의 방식으로 정체기를 지나갈 거라고 본다. 내 생각은 그렇다. 책을 안 읽었다는 것에 죄책감이나 마음의 부채감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책을 좋아하면, 자연스레 책에 손이 가고 읽기 시작할 거라 믿는다. 억지로 밀어붙이기보다는 기다림도 독서의 한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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