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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연히 사라진 단골손님, 잘 지내고 계시죠?

by 읽고쓰는스캇

'그 손님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오늘 아침, 문득 떠오른 꿈속 얼굴이 하루 종일 마음에 남는다.

요새 꿈을 자주 꾸는데, 특히 기상할 때 즈음에 많이 꾼다. 간단히 말하면, 뇌가 날 깨우기 위해서 상상력을 가동한다. 혹시 MBTI가 INTP라서 그런가?


오늘 꿈에서 2025년 5월 14일 마지막으로 카페를 오시고 홀연히 사라지신 단골손님이었다. 내가 운영하는 카페가 오피스 상권이니 안 오시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측된다.

첫 번째는 회사의 이전이다. 카페를 대략 4년 정도 오셨으니 아마도 2년 계약 후 2년 더 연장하신 다음, 회사가 이전했을 확률이 있다.

두 번째는 퇴사다. 회사는 아직 여기에 있지만 다른 회사로 옮기셨을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우리보다 더 편한 다른 카페를 더 자주 가게 되신 것일 수도 있다.


솔직히 어떤 이유든 상관없다. 그냥 그분이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

다른 장소로 가시든, 다른 카페로 가시든, 나에겐 그저 그분이 좋은 하루, 좋은 일상을 보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그분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우리 카페를 참 많이 응원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분은 우리만의 '날씨 요정'이셨다. 추울 때는 핫 아메리카노, 더울 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메뉴는 항상 같았다. 근데 그분이 시키는 음료에 따라 계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종종 회사 동료를 단체로 데리고 오셔서 우리 카페를 홍보해주시기도 했다.

어느 날은 카페 로스팅을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로스팅도 잘 모르는 상태로 그냥 장모님 적어놓은 기록대로 따라서만 했다. 어쩔 수 없이 그 원두로 아메리카노를 내드렸는데, 분명 맛이 별로였을텐데 한 모금 드시더니 괜찮다고 하시고 나가셨다.

또 다른 어느 날은 회식을 마치고, 술에 취한 채로 오셨다. 술기운에 힘입어 나에게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셨다. "카페는 잘 되냐? 둘이 부부냐?" 원래는 말씀이 없는 편이신데, 그동안 궁금한 걸 술기운을 빌려서 물어보셨다. 그러더니 쇼케이스에 있던 쿠키를 다 사겠다고 하시며, 쇼케이스를 쓸어가신 적도 있었다. 술로 인해 붉어진 얼굴에, 양손에는 쿠키 봉투를 들고서 "잘 먹겠다."라고 하시며 카페를 나가셨다.


그분이 안 오신 지 어느덧 2달이 넘어간다.

잘 지내고 계실까? 큰 일은 없으시겠지? 흰머리, 흰 수염으로 큰 표정 변화 없이 들어오셔서 커피를 들고나가셨던 분. 그분은 지금 어떻게 지내실지 궁금하다.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때도 언제나 그랬듯이 웃으며 인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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