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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뭐 먹지? - 배홍동비빔면+군만두

by 읽고쓰는스캇

너무 더운 요즘 날씨, 너무 더워서 부엌 불 앞에 서 있기도 싫은 날씨임에도 뭔가는 먹어야 하지 않을까?

먹는 게 참 고민이고 선택하기 어려운 요즘이다. 날씨도 더운데 밥을 해서 불 앞에서 서있기도 힘들다. 거기에 더해 너무 덥다 보니 입맛도 떨어지고, 먹기도 귀찮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먹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오늘 일요일 점심은 며칠 전부터 내가 노래를 불렀던 배홍동비빔면이었다. 날씨가 더워서 간단하고 상콤한 게 먹고 싶었다. 그렇게 일요일 점심의 메인 메뉴는 정해졌고, 배홍동비빔면과 어울리는 음식을 고민했다. 맨 처음 떠오른 건 삼겹살이었다. 마치 비빔냉면처럼 삼겹살에 배홍동비빔면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제저녁 영화 한 편을 봤다. 영화 제목은 바로 <올드보이>. <올드보이>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바로 군만두일 것이다. 하필 어제저녁, 잠들기 전에 본 영화가 올드보이였고, 그때 영화의 주인공이 오대수가 15년 동안 먹은 요리가 바로 군만두였다. 아내와 나는 군만두를 보면서 맛있겠다는 생각 했다. 그래서 배홍동비빔면에 만두를 튀겨서 일요일 점심으로 먹자고 얘기했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

일어나자마자 면도하고 씻고 집 근처 편의점에 가서 배홍동비빔면을 사고, 냉동실에서 새우만두를 꺼냈다.

원래는 그냥 기본 만두를 먹고 싶었는데 없었다. 뜨거운 햇빛을 맞으며 가슴팍에는 만두와 배홍동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덧 1시, 얼른 점심을 먹어야겠단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고민이 하나 있었다. 배홍동비빔면을 만들면, 면이 불을 거 같았고, 군만두를 먼저 만들면, 군만두가 식을 거 같았다. 그래서 용기 내서 처음으로 화구 2개를 동시에 쓰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무서웠다. 처음으로 화구 2개를 동시에 쓴 적은 없었다.


물을 부어 면을 삶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만두를 올렸다. 그 사이 물이 끓어 찬물에 식히고 차가운 면을 소스에 비볐다. 기름 튀는 소리에 놀라면서도 만두를 한 번씩 뒤집어주며, 부엌에서 나 홀로 바빴다. 노래만 있었다면, 하나의 쇼처럼 보였을 듯하다.


그렇게 30분도 되지 않아서 점심이 완성됐다. 그릇 2개에 최대한 공평하게 양을 나누고, 접시에 키친타월을 깔고 튀긴 새우만두를 올렸다. 솔직히 별 거 아닌 점심이지만 뿌듯했다. 내가 먹고 싶은 걸 직접 했다는 사실과 처음으로 화구 2개를 썼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냥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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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요새 요리를 하면, 뿌듯함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뭔가 내가 해냈다는 기쁨, 자기 효능감 같은 게 올라가는 기분이다. 그래서 뭔가를 자꾸 만들려고 하는 거 같다. 회사 다닐 때에는 프로젝트 결과물, 영화관에 올라간 완성작을 보면서 느꼈고, 카페에서는 디저트를 만들고, 맛있다는 소리에 느끼고, 집에서는 이렇게 요리를 하고, 아내가 맛있어하면서 느끼는 것 같다.


그렇게 오늘 점심도 잘 해결했다. 더운 여름에 요리하기는 귀찮지만, 그래도 먹어야 하니까 쉽고 간단하게 해결했다. 물론, 설거지와 주방이 조금 난장판이 돼서 한참 동안 뒷정리에 시간을 쏟았다. 이런 소소한 성취감, 좋다. 그냥 좋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내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기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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