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삿바늘, 피검사 그리고 나

주사 바늘 앞에선 아직도 긴장된다

by 읽고쓰는스캇

2년 전인가? 어느 날 피검사를 하다가 고지혈증을 받았다.

그렇게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고지혈증에서 벗어나려면 운동이 답이라는 걸 잘 안다.

의사와 아내 그리고 지인들도 운동과 식단 관리를 해야 된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시도는 했지만 꾸준히 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직 약을 복용 중이다. (이 말을 들으면, 아내가 코웃음을 칠지돔 모른다.)


며칠 전 병원에서 문자가 왔다.

금식 후 피검사를 할 때가 되었다는 안내였다.

'벌써? 피검사를 할 때인가?' 싶었다.


아침 일찍 병원에 도착했는데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다.

이름을 확인한 뒤 잠시 대기하자마자 피를 뽑았다.

피 뽑는 건 익숙하지만, 주사 바늘 앞에서는 초등학생처럼 언제나 무섭고 긴장된다.


간호사님은 형식적인 확인 절차를 하고 내 팔뚝에 주사 바늘을 꽂았다.

내 팔에 주사 바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예전 생각이 났다. 회사에서 알던 친구가 간호사를 준비 중이었는데, "주사 바늘이 들어갈 때 '뽕' 하는 느낌이 난다."는 얘기를 했었다. 오늘 내 팔에서 피를 뽑던 간호사님도 그 '뽕'을 느꼈을까?


검사 결과는 1시간 30분 뒤에 나온다고 했다.

병원 1층에 위치한 스타벅스에 들어가 따뜻한 캐러멜 마끼아또를 주문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지혈증 환자가 마시는 달콤한 선택이었다. 음료를 들고 자리를 잡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결과가 나빠지면 어쩌나. 아내에게 결과가 안 좋아졌다고 말하기 미안한데. 왜 운동을 안 했을까? 이런저런 걱정이 떠올랐다. 걱정을 뒤로하고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책이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줬으면 했다.


시간은 금세 흘렀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진료실 앞 소파에서 불안을 감추려 브런치 앱을 켰다. 다른 사람들의 글도 읽고, 브런치에 올라온 새로운 공지글을 읽다 내 이름이 불렸다.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다행히 결과는 양호했다.

의사도 수치가 놀라울 만큼 그 전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운동만 빼면 내 일상도 늘 같은 수치처럼 변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카페에서 일하다 퇴근,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책을 읽는 하루. 그러다 자기 전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잠든다. 운동을 빠진 단조로운 생활 패턴이지만, 나름 책과 글로 내 저녁 삶을 채우고 있었다.


오늘 나온 피검사 결과에 안도했지만, 운동을 다짐해 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매일 마라톤을 하듯, 나도 조금은 움직여야겠다. 운동이 내 몸에 갑옷이 되기도 하고, 운동이 뇌를 깨우고 글에도 생기를 준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글 쓰는 것도 체력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물론 전문적인 글쓰기는 아니라서 약간의 체력만 있으면 된다.


못할 약속일지 몰라도, 9월엔 운동을 꼭 시도해보려 한다.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스탭퍼 위에 올라 땀을 내고,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을 느끼고 싶다. 그 순간이 내 글과 하루를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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