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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에서 종이필름을 떼니

다시 만난 세계

by 읽고쓰는스캇

아이패드를 하나 갖고 있다.

원래는 아내가 쓰던 건데, 아내의 아이패드 기기를 업데이트하면서 내 손에 들어왔다.

'물려받았다'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나의 소중한 도구이다.


아이패드로 유튜브만 보지 않기 위해 애쓰며, 프로크리에이트로 그림도 끄적이고, feather 3d 앱도 구매해서 취미 삼아 만져보기도 한다. 또한 굿노트 속지를 만들어가며, 최대한 일상도 기록하며 아이패드를 쉼 없이 사용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소중한 아이패드, 조금이나마 잘 쓰고 싶고, 보호하고 싶은 마음에 낼나샵에서 종이 질감 필름과 전용 펜촉을 구입했었다. 종이필름 특유의 사각거림이 좋았고, 펜촉도제법 정확해서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한 석 달쯤 써왔다.


오늘 점심, 밀리의 서재로 책을 읽으려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아이패드를 켰는데 화면이 왠지 탁해 보였다. 처음엔 안경을 안 써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안경을 써도 답답한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문득 '필름을 떼면 얼마나 더 선명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에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필름을 조심스럽게 벗겼다. 그러고 나서 아이패드를 켰는데 세상에 환해졌다. 단순한 착각이라기엔 너무나 뚜렷했다. 종이필름에 가려졌던 선명함이 액정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종이필름을 벗기고 곧바로 애플펜슬의 펜촉을 바꿨다. 뾰족한 촉이 액정에 무리를 줄까 걱정돼서였다. 기존의 뭉뚝한 펜촉으로 바꾸고, 테스트 삼아 끄적였는데 미끄러지듯 써지는 기분이다. 밀리의 서재 앱을 켜서 책을 하나 켜보니 눈이 한결 시원헀다. 안경까지 쓰자 글씨가 또렷하게 보였다.


당분간은 필름 없이 써볼 생각이다. 물론 조심해야 한다. 아이폰도 이미 필름 없이 잘 쓰고 있으나, 조만간 필름 없는 아이패드에도 익숙해질 것이다.


다만 이런 글을 쓰고 난 뒤, 실수로 액정을 깨뜨리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의 아이패드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일상을 기록하고, 취미도 즐길 수 있는 소중한 물건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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