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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더 무비가 우리 집에 남긴 웃음

by 읽고쓰는스캇

지난 수요일, 아내가 갑자기 나에게 말했다.

"쿠팡플레이에 F1 더 무비가 올라왔어."

난 이미 본 영화였고 러닝타임이 길다는 걸 알기에 "주말에 보자"라고 답했다.


그렇게 지난 주말, 우리는 쿠팡플레이에서 F1 더 무비를 구매했다.

다시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결제했다. 덕분에 이제 집에서 원할 때마다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영화관에서 처음 봤을 때에도 재미있었는데, 침대에 누워 다시 보니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155분의 러닝타임은 금세 흘러가 버렸다. 중간중간 아내의 표정을 살폈는데, 집중해서 영화를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아내의 반응이 더 궁금해졌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아내가 제일 먼저 한 말은,

"재밌다. 영화관에서 봤으면 더 좋았을 거 같아. 그리고 브래드 피트, 왜 이렇게 멋져?"라고 했다.


나도 아내의 말에 웃으며 동의했다.

아내는 몸을 돌려 옆에 있던 스마트폰을 들더니 브래드 피트를 검색했다. 그리고는 브레드 피트의 나이가 62세라는 사실에 놀라며 "너무 멋있다. 나 반할 거 같아"라고 말했다.


아내의 말에 웃음이 나왔지만, 사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크린 속 브래드 피트는 나이를 초월한 듯한 외모와 중후한 목소리까지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난 다음 날, 저녁 식사 중에 아내가 말했다.

"브래드 피트 여자친구가 있는데, 그 여자가 나랑 동갑이래."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 우리 집 거실은 영화의 OST가 멈추지 않는다. 특히 <Lose My Mind>는 반복 재생됐다. 예전에 내가 이 곡을 틀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아내였는데, 이제는 작업할 때마다 <Lose My Mind>를 틀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메인 OST가 흘러나온다. 덕분에 타자 치는 속도도 평소보다 빨라진 기분이다. 키보드의 소리마저 음악의 박자에 맞춰지는 듯하다.


마지막 변화는 유튜브였다. 아내의 알고리즘은 온통 F1 더 무비와 관련된 영상으로 가득 찼다. 곧 "F1 경기를 생중계로 한 번 보고 싶다"라는 말이 나올 것만 같다. 다행히 지금은 레이싱 경기 자체보다는 브래드 피트와 OST에 더 마음을 뺴앗긴 듯하다. 만약 나중에 F1 경기가 궁금해진다면,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F1:본능의 질주를 먼저 보라고 추천해야겠다.


영화 한 편을 봤을 뿐이데 우리 부부의 대화 소재가 될 줄은 몰랐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Lose My Mind>는 배경 음악처럼 흐르고, 내 손끝은 레이싱카 핸들을 잡은 듯 리듬을 타고 있다.


단순히 영화를 본 것뿐인데, 아내의 변화와 그로 인한 웃음이 이렇게 이어질 줄은 몰랐다.

이렇게 글까지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나저나 아내는 앞으로 얼마나 더 OST를 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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