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습격사건>과 나

by 읽고쓰는스캇

중학생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한 편 있다. 그건 바로 <주유소 습격사건>이다.

오늘 다룰 소재는 <주유소 습격사건>이다.

주유소습격사건.jpg

1999년에 개봉된 <주유소 습격사건>은 당시 청소년 관람불가였다.

그런데 나는 영화관에서 <주유소 습격사건>을 보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촌들과 한 달에 한 번 주말에 모여 밥도 먹고 영화를 보곤 했는데, 그날 선택한 영화가 <주유소 습격사건>이었다. 근데 문제는 영화관 입구에서였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직원에게 나이 제한으로 걸렸고, 사촌 형이 직원에게 사정사정해서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직원분께는 대단히 죄송하지만, 덕분에 사촌들과 영화를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그때 영화를 보면서 왜 청소년 관람불가였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야한 장면도, 잔인한 장면도, 심한 욕설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건 미스터리다. 만약 <주유소 습격사건>이 재개봉된다면, 과연 등급을 어떻게 받을까?


이 영화가 잊히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단순한 스토리이다.

주인공 네 명이 그냥 '심심해서; 주유소를 턴다는 설정 자체가 황당하면서도 웃겼다. 이야기는 단순했지만, 오히려 그 단순함이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주인공 각자의 사연이 드러날 때마다 묘하게 동정심이 생겼다.

야구선수를 꿈꿨으나 좌절한 노마크, 선생님에게 오해받은 무대포,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꺾인 딴따라 그리고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 페인트까지. 네 명의 캐릭터 모두가 조금은 불쌍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조금은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엔딩 크레딧에선 끝내 자기 꿈을 좇은 주인공들의 모습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보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역시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영화를 보니, 조연들의 면면도 놀라웠다.

젊은 유해진, 중국집 배달부로 등장한 김수로, 비트박스를 열심히 하던 이종혁까지. 당시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꾸준히 얼굴을 볼 수 있는 배우들이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주유소 습격사건>을 다시 봤을 때, 조연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주유소 습격사건>엔 재미난 웃음 포인트도 많았다.

이유 없이 일대일을 붙이는 장면, 노래가 듣고 싶다고 주유소 사장한테 억지로 노래를 시키는 장면 그리고 꽤나 그럴싸하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기억이 난다. 거기에 더해 딴따라와 경찰과의 대화도 정말 웃긴 장면이다. 특히 펩시 캔을 들고 "태극 마크"라고 우기던 장면은 지금 떠올려도 웃음이 난다. 이 장면은 시간이 흘러 다시 봐도 웃길 것 같다.


돌아보면 이런 영화가 그립다.

요즘 영화들은 무게감이 강하고, 무조건 '흥행해야 한다'는 압박과 강요가 느껴진다. 반면에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영화들은 조금은 가볍고, 조금은 실험적인 영화 소재가 많았다. 가끔은 <주유소 습격사건>처럼 목적이 단순하고,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영화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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