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퇴근길에, 어떤 영화를 쓸까 고민하다가 불현듯 <타이타닉>이 떠올랐다.
갑자기 왜 떠올렀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해가 지는 모습을 봐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타이타닉>과 관련된 소소한 추억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한 번 꺼내본다.
1998년에 개봉된 <타이타닉>.
나닌 당시 중학생이라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었다. 그때 분명 청소년 관람불가라고 기억했는데, 이번 기회에 영화 정보를 다시 찾아보니 15세 이상 관람가였다. 내 기억이 틀린 건지, 그 사이에 등급이 낮아진 건지. 어찌 됐든 나는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다. 부모님은 심야 영화로 <타이타닉>을 보고 오셨다. 나는 못 보는 대신 팝콘을 부탁했고, 부모님은 약속을 지켰다. 영화는 못 봤지만, 덕분에 팝콘은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1년쯤 지났을까? 비디오 대여점에 비디오가 나왔다.
<타이타닉>은 비디오 두 개로 나눠져서 나왔다. 다른 영화는 보통 비디오 한 개에 나오는데 말이다. 어머니가 비디오를 빌려서 오셨다. 빌려온 테이프를 비디오 플레이어에 넣고 마루에 누웠다. 영화 초반은 조금 지루했다. 그러나 두 주인공의 차에서의 애정 장면이 나오면서부터 눈이 번쩍 떠졌다. 후반부 배가 침몰하는 장면은 긴장감이 대단했고, 끝까지 집중해서 보았다.
내 기억에 의하면 <타이타닉> 비디오는 겨울에 나왔다.
연말이 되면 학교 수업 시간에도 종종 틀어졌다. 누군가 <타이타닉> 테이프를 가져와 교실에서 함께 보던 기억도 있다.
우연히 TV에서 <타이타닉> 제작 다큐멘터리를 접했다. EBS에서 봤는지, KBS에서 봤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다큐멘터리에서 몇 가지는 확실히 남아 있다.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영화의 시작을 주인공 시점이 아닌 금고를 발견하게 되는 3자의 인물에서 시작하는 이유를 말했다. 감독 말에 의하면 3자의 인물로 시작되어야지 관객들이 자연스레 따라 들어간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크기별로 여러 대의 타이타닉 모형을 만들었다는 것. 마지막으로 실제 크기의 세트를 지어 촬영했다는 것. 한 시간 남짓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니 영화가 새롭게 보였다.
<타이타닉>을 보고 난 이후 문방구에 갔을 때 <타이타닉> 조립이 있었다.
어머니를 졸라 결국에는 구매하게 되었지만, 조립은 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어려워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
처음 살 때에는 '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엔 재활용으로 보내야 했다. 지금 구한다면 조립을 완성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은 없다.
<타이타닉>과 얽힌 또 다른 기억은 미국에서였다.
작은아버지 댁에서 겨울 방학을 보내던 중, 작은아버지 책장에서 <타이타닉> 비디오를 봤다. 작은아버지께 <타이타닉> 보셨냐고 여쭤봤다. 작은아버지는 "그냥 사랑이야기라서 아직 안 봤다"라고 하셨다. 나는 "생각보다 재밌어요"라도 대답했고, 그 말을 들으신 작은아버지는 영화를 보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으셨다. 나도 곁에 앉아 이미 여러 번 본 영화를 다시 봤다.
또 다른 추억은 미국에서 시험이 끝난 날 무작정 영화관으로 갔다. 그리고 때마침 <타이타닉>이 재개봉되었다 근데 이번엔 3D 버전으로 나왔다. 3D라서 어떨지 궁금해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시험을 끝낸 날이라서 그런 지 초반 30분은 졸았지만, 이후부터는 집중했다. 3D로 봐서 그런 지 "I'm king of the world!"와 "I'm flying" 장면은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다.
몇 달 전, OTT에서 <타이타닉>을 다시 봤다.
대학생 때는 그저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에만 몰입했었다. 특히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던 여주인공 로즈의 모습에 크게 공감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지금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남자주인공인 잭은 자유로운 영혼임에는 확실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진 것이 없었다. 로즈가 그를 선택한 것이 과연 행복으로 이어졌을까? 만약 배가 무사히 미국에 도착했다면 둘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너무 현실에 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돌아보면 크고 작은 추억들 덕분에 <타이타닉>은 내게 조금은 특별한 영화다.
마치 아버지가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를 얘기하시며 생각에 잠시 듯, 언젠가는 나도 내 아이들에게 <타이타닉>을 말하면서 여러 생각을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