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가 시간 날 때마다 보고 있는 영화는 바로 <대부>이다.
대부 3부작 모두 명작이라지만, 이상하게 나는 1편만 여러 번 반복해서 봤다.
2편과 3편은 아직도 손이 가지 않는다. 하루는 이번엔 시리즈를 다 보자고 다짐했지만, 쉽게 실행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엔 마음먹고, 다시 1편부터 차근히 보기 시작했다.
<대부> 처음 본 건 고등학생 때였다.
그 시절, 내 주변에 영화를 꽤나 봤던 친구들은 <대부>를 인생 영화라고 꼽았다. 그리고 그 대부 시리즈가 DVD로 출시되었다. 용돈은 빠듯했지만 영화를 좋아하던 나로서는 꼭 소장하고 싶었던 작품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DVD로 구매하게 되면, 내가 원할 때마다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DVD를 구입한 날, 난 포장을 바로 뜯었고, 저녁을 먹으며 재생 버튼을 눌렀다.
대부 1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단연코 아래일 것이다.
I'm going to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
그자에게 거절 못 할 제안을 하도록 하지
고등학생 때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멋진, 간지 나는 대사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나이를 들어서 다시 보니, 그 한 줄에 돈 비토 코를레오너의 모든 성격을 다 담고 있는 대사였다.
겉으로는 젠틀하지만, 그 인물 안에는 냉혹함이 흐른다. 처음에는 다정하게 말을 하지만, 자기 말이 통하지 않을 때에는 더 무서움을 주는 사람. 말보다 행동으로 설득하는 사람.
대부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지만, 영화사를 협박하는 장면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피범벅이 된 침대 장면과 함께 들리던 배경 음악 거기에 더해 소리 지르는 장면까지. 이 시퀀스가 모든 걸 설명하는 듯하다. 그의 세계가 얼마나 잔인하면서도 품격 있게 포장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대부>의 러닝 타임은 175분이다.
영화 러닝 타임은 꽤 길지만, 그 안에는 두 개의 인생이 공존한다.
하나는 돈 코를리에노의 인생이다.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대부의 천천히 기울어져가는 인생.
다른 하나는 순진해 보였던 막내아들인 마이클이 점차 패밀리 사업을 맡게 되고, 변해가는 그의 인생이다.
두 개의 인생이 영화 한 편에 들어가면서, 마치 모든 부자관계를 보여주는 거 같았다.
고등학생 때, 이 영화를 볼 때에는 단순히 '마피아 영화'였다.
사업을 위해 다른 가문을 공격하고, 서로의 아들을 잃고. 그냥 마피아들의 권력 싸움이라고만 보였다.
하지만 지금 나이 들어서 보니 단순한 마피아를 넘어, 조금 더 어두운 느낌을 받았다.
막내아들에게까지 패밀리 사업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끝내 막내아들이 패밀리의 수장이 되고,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결국엔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대부 1편을 보면서 아버지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고, 괴물로 변해가는 아들의 모습도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
<대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역시 마이클이다.
마이클은 처음에 패밀리 사업과 거리를 두는 인물이다. 처음 아버지가 공격을 당하고, 그의 형이 여러 명의 암살 리스트를 작성할 때, 마이클은 꼭 그래야만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병원에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버지를 지키는 순간, 그가 조금씩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레스토랑 장면에서의 그의 얼굴 표정과 행동은 정말 인상 깊었다. 아버지의 위한 복수의 느낌도 났고, 패밀리 사업을 위해서 한 행동도 동시에 느껴졌다. 그 순간, 그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등학생 때 봤던 인물들이 지금은 다르게 보였다.
권력만 관심 있던 돈 코를리에노의 모습에서 아들을 잃은 아빠의 모습이 보였고,
연약한 패밀리 수장으로만 보였던 마이클 코를리에노의 모습은 가족을 위해서 과감하게 행동하는 괴물로 변하게 되는 모습이 보였다.
10대 때 봤던 영화들이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10대 때에는 조금은 평범한 얘기들이 많았고, 범죄를 저지르는 패밀리에 관심이 있었다.
40대가 되어가는 지금에서 보니 단순한 얘기보다는 아빠의 일이 아들에게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결국 많은 사람이 따르던 인물도 나이를 먹으면 죽게 되고, 순진하게만 살았던 인물이 가족을 위해 변하는 모습이 더 입체적으로 보이는 거 같다. 결국엔 누군가의 몰락과 누군가의 성장은 같은 순간에 이루어진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했다.
나에게도 <대부> 같은 존재가 있다면, 나는 어떤 부탁을 하게 될까?
그리고 언젠간 나도.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 순간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