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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케혀 Aug 18. 2021

‘평소의 발견’을 읽고


 책을 사서 모으는 것이 나의 몇 안 되는 취미 중에 하나이다. 책장에 꽂힌 책들을 바라보면 뭔가 뿌듯해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SNS에서 소개한 책, 책을 읽다가 발견한 책 등 그렇게 사서 모은 책이 방 한편을 채우고 있다. 일단 사고 나면 어떻게든 읽겠지 생각으로 꽤나 많은 책을 사다 보니 때로는 어떤 책을 어디선가 많이 본거 같은데 주문했었나? 아닌가 하고 헷갈릴 때가 더러 있다. 아직까지는 다행히 같은 책을 두 번 구매한 적은 없지만 구매해서 책장에 보관 중이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경우는 있다. 바로 ‘평소의 발견’이다. 분명히 어디선가 본 듯한데 긴가민가 해서 책장을 훑어봤더니 펼쳐보지 않은 새책이 책장에 꽂혀있는 것이 아닌가. 


 요즘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거나 메모하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군데군데 나의 비밀 창고에 두고 꺼내보고 싶은 문장들이 유독 많았다. 광고업계에서 CD(Creative Director)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광고업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지만 그 본질은 어느 분야에서 일하던 관통하는 메시지여서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현재 백수를 하고 있는 나에게도 ‘그래, 그런 거지. 맞아!’ 호응하며 읽었던 문장들이 건조한 얼굴에 뿌려지는 미스트처럼 스며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한 가지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고 말할 수 없지만) 어느 분야에서 성공했거나 인정받는 사람도 시작은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잘났을 것 같은 사람도 어떤 일을 하면서 처음 몇 년 동안은 허덕이고, 이 일이 내한테 맞는 건가 고민하고 때론 잠깐 도망을 가기도 하고, 별로인 직장상사를 버티기도 하고, 더 잘난 사람들을 질투한다는 것. 때로는 잘난 누군가와 닮은 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그렇다고 비범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의 차이는 포기하지 않는 끈기에만 있다고도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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