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부딪히며 지나온 것들. 파도는 늘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있었다.]
나는 자꾸만 흔들렸다
기쁨에 들뜨다 금세 가라앉고
작은 슬픔에는 오래 머물곤 했다
막아보려 애썼다
불어난 홍수처럼 밀려드는 마음을
손바닥으로, 다짐으로 막아보았지만
물결은 고집스럽게 흘러가 버렸다
구름은 머물지 않았다.
바람도 나를 붙들지 않았다.
내 마음속 파문 또한
붙잡으려 할수록 더 깊이 흔들렸다
그제야 알았다
흔들림 또한 나라는 것을
억누르기보다 흘려보낼 때
비로소 조용히 살아진다는 것을
이제는 탓하지 않는다
흐름에 몸을 싣고
파문에 마음을 맡긴다
흔들려도 괜찮고
흘러가도 괜찮다
그렇게 나는 나를 이해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