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계절처럼

15.부딪히며 지나온 것들. 파도는 늘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있었다.]

by 회색달

가을비에 젖은 도시

횡단보도 위로

젖은 낙엽 하나가

바람에 실려

신발 앞에 톡, 떨어진다.


숨죽여 우는 계절에

나도 잠시 마음이 젖는다.


사람들은 우산을 흔들며 지나가고,

누군가는 바쁘게,

누군가는 천천히

자신만의 길을 향해 걷는다.


잡으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계절과 시간.


왜 떠나야 했는지,

누구 탓인지 묻고 싶은 순간마다

빈 공기만 가득하다.


봄은 겨울이 지나야 오고,

여름과 가을은

그 봄의 잉태였다.


지금의 기억도, 슬픔도

낙엽과 빗줄기 사이로 흘러

조금씩, 희미해지겠지.


어느새 신호가 켜지고

젖은 거리 위,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나는 묵묵히 발걸음을 내딛는다.


마음도 조금씩 씻기며

회색 빌딩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계절처럼 흐르는 시간을 믿으며

오늘도 나는

그저 걸을 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