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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

by 회색달


깊은 산 속,

빛을 머금은 돌들이 캄캄한 흙 속에서 꺼내진다.

겉은 매끈하고 단단해 보여도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숨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돌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견디는 것과 부서지는 것이

그제야 갈린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삶은 우리를 끊임없이 바닥으로 내던진다.

실패와 상실, 침묵과 고독의 이름으로.


그러나 떨어지는 순간은 끝이 아니다.

부서짐은 곧 드러냄이다.

겉껍질이 벗겨지고,

안쪽의 진짜 강도가 증명되는 시간이다.


우리는 그렇게 걸러지고,

다듬어지고,

마침내 빛을 잃지 않는 원석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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