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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도착했다.

by 회색달


계절은 그대로인데

내 마음에서부터

가을이 시작되었나 보다.


골목길을 걷다 문득,

가로수들이

조용히 옷을 갈아입는 걸 보았다.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햇살도 어쩐지

조금은 느릿해진 듯했다.


집 앞, 한여름 내내

활짝 피어 있던 수국은

다음을 기약하듯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모습이 왠지,

안녕이라 말하는 듯해서

잠시 멈춰 섰다.


내 발밑 낙엽 몇 장 때문일까,

아니면 마음속 어딘가

이미 가을이 도착해 있었던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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