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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걸음만 더

by 회색달

야, 내가 이렇게 달릴 수 있다니. 디스크 터져서 병원에 누워있던 게 몇 달 전인가, 아니 몇 년 전인가? 그때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달린다.

그때만 해도 몸이랑 싸우면서 하루하루가 버겁기만 했던 것 같은데, 이렇게 나아질 수 있겠다고는 상상도 못 했다.


병원에서 의사가 내 허리를 쳐다보며 ‘이제 좀 운동을 해줘야 한다’고 했을 때는, 솔직히 그게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도 못했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했었다. 그런데 그 시간들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대로 그대로라고. 몸도 마음도 그렇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그때는 단순히 앉아 있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출근하기 위해 차에 타고 내릴 때, 몸을 움켜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허리를 펴는 것조차 힘들었고, 그냥 길을 걸을 때마다 아픈 곳이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점심시간에 일어났다가, 다시 앉을 때 그 찌릿한 통증은 매일의 일상이었다.


내가 이래도 되는 걸까, 혹시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건 아닐까, 점점 불안감이 커져갔다. 이대로 무기력하게 살게 될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물리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했지만, 그게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운동을 시작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내 몸을 더 망가뜨릴까 봐, 혹은 그럴 만한 힘이 내게 있을까 하는 생각에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몇 분씩 가볍게 걷는 것부터 시작했다. 하루에 10분, 아니면 15분이라도 걸을 수 있으면 그게 내게는 큰 도전이었다. 처음엔 무리 없이 걷는 것도 힘들었다. 몸이 잘 따라주지 않으니까,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끝이 나버리는 날이 많았다.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있어서, 내 몸이 이렇게 경직되어 있다는 걸 몸소 느꼈다. 이대로 계속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내 안에 서서히 자리를 잡았다.


어느 날, 내가 병원에 누워 있을 때부터 계속 참고 있던 근육들이 결국은 내 몸을 묶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몸을 단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인 불균형을 바로잡고, 내 몸을 자유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는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이 작은 변화들이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믿고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은 생각보다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어느 날부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10분을 걷는 것도 힘들었지만, 몇 주가 지나면서 그 시간이 점차 늘어났다. 걸음의 속도도 빨라지고, 힘이 더 들어갔다. 그리고 그 변화는 온몸에 퍼져 나갔다. 허리도 덜 아프고, 점점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나는 비로소 알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내 몸은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운동은 어느 순간에 멈추면 다시 그 자리에 돌아올 수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강도 높은 운동을 하기로 했다. 헬스장에 가서 다양한 운동 기구를 사용하며 운동의 강도를 높였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힘들었고, 몸이 반응하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런데 그런 나를 넘어서기 위해서, 나는 계속 도전했다.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은 순간에도 ‘한 걸음만 더’라는 말을 되새기며 그 자리에 멈추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정말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가벼워진 몸과 더불어 마음도 가벼워졌다. 운동을 하면서 점점 더 자신감을 얻었다. 예전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었던 내 몸이, 이제는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기쁨이 나를 채웠다. 몸이 자유롭다는 느낌은, 내 삶에 대한 태도까지 바꾸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 몸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몸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마음도 훨씬 더 안정되었고, 강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내가 운동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꾸준함’이었다. 운동을 시작한다고 해서 바로 변하는 건 아니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내 몸은 여전히 무겁고, 통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계속 운동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나는 내 몸을 믿게 되었다. 내가 한 걸음씩 내딛는 만큼, 내 몸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든 순간,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운동을 하고 나서부터는 더 이상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아니라, ‘오늘은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들이 결국 나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금은 아침에 일어날 때, 예전처럼 몸이 아프다고 느끼지 않는다. 달리기 시작할 때,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운동은 내가 나를 변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운동을 한다. 피곤하고 힘들어도, 그 한 걸음을 내딛는다. 그렇게 내가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내 몸은 점점 더 나아진다. 그리고 나를 믿게 된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결국 나 자신 뿐이라는 걸. 운동을 통해 깨달은 것은, 세상 그 무엇도 내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를 바꾸는 진짜 힘이다.



!베네핏!


운동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특히 처음 시작할 때는 너무 힘들고,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그 작은 걸음들이 결국은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다면, 그렇게 시작하면 된다. 운동을 통해 몸을 움직이는 것만큼, 내 삶의 방향을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다.


당장 뛰지 않아도 괜찮다. 일어서는 것만으로도 시작이 된다. 한 걸음만 더 내디딜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한 걸음이 쌓이고 쌓여, 결국은 더 큰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바로 지금의 나와 다른 내일의 나를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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