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나는 꾸준히 인바디를 측정해왔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 거의 빠짐없이 기록을 남겼다. 처음엔 체중이 조금씩 줄고, 근육량이 늘어나는 숫자를 보며 뿌듯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그래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근육량이 떨어지고, 체지방이 늘었으며, 체중이 들쭉날쭉했다. 열심히 했는데 수치가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나빠진 걸 보면 말할 수 없는 실망감이 밀려왔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지?” 그런 의심이 들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몇 년치 기록을 한눈에 다시 보았을 때, 깨달았다. 순간의 그래프는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전체 흐름은 분명히 위로 향하고 있었다. 근육량은 꾸준히 늘고 있었고, 몸의 밸런스는 점점 더 안정되어 있었다. 매번 ‘제자리걸음 같다’고 느꼈던 그 순간들이 사실은 전체 변화를 위한 과정의 일부였던 것이다.
변화는 늘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매일의 땀방울은 눈에 띄지 않지만, 그 시간들이 모여 결국 몸을 바꾸고, 나를 바꾸고 있었다. 성장은 하루의 성과가 아니라, 시간과 인내의 누적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았다.
그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빈센트 반 고흐의 〈들판의 수확〉을 생각한다. 프랑스 남부의 뜨거운 태양 아래, 고흐는 그 열기를 견디며 그림을 그렸다. 땀에 젖은 옷, 눈을 찌르는 햇빛,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밀밭. 그 속에서 그는 붓을 멈추지 않았다. 그림은 마치 우리의 훈련장 같다. 고통스럽고, 외롭고, 그러나 그만큼 진심이 담긴 공간.
고흐의 밀밭이 하루아침에 황금빛으로 물든 것은 아니었다. 하루의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어야, 곡식이 단단하게 익는다. 우리의 몸도 그렇다. 오늘의 땀은 내일의 힘을 만든다. 뜨거운 운동의 시간 속에서 근육은 미세하게 찢어지고, 그 상처가 회복되며 더 강해진다. 마치 여름의 햇살 속에서 벼가 익어가듯, 우리는 고통 속에서 성장한다
운동을 하다 보면 누구나 흔들린다. 체중이 늘거나, 기록이 떨어지거나, 컨디션이 무너지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마다 인바디 수치를 보며 낙심했던 과거의 나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숫자는 지금의 내 상태를 보여줄 뿐, 내 가능성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하강 곡선은 다음 상승을 위한 준비 구간이다.
운동의 본질은 변화를 쫓는 것이 아니라, 지속을 견디는 것이다.
성장은 직선이 아니라, 파도처럼 출렁인다. 한순간 떨어지는 것 같아도, 결국 큰 물결은 앞을 향한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의 하락에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오늘의 훈련을 이어가는 것.
근육은 부서지고 회복될 때 강해진다. 삶도 똑같다. 실패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설 때 더 단단해진다. 몸은 정직하다. 하지만 마음은 자주 흔들린다. 그래서 운동은 단순한 체력의 싸움이 아니라, 정신의 훈련이기도 하다. 무게를 드는 건 팔이 아니라 의지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결국 기록을 바꾼다.
어느 날, 거울 앞에 선 나는 문득 깨달았다. ‘아, 내 몸은 변하고 있었구나.’ 수년간 쌓인 땀과 노력이 그제야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허리의 선이 다르고, 어깨의 각도가 달라져 있었다. 근육이 아니라, 태도가 바뀐 것이다. 숫자로 증명할 수 없는 성장. 그것이 진짜 운동의 보람이었다.
고흐는 캔버스 위에서 자신의 내면을 태웠다. 우리는 운동장에서 몸을 태운다. 방법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포기하지 않는 과정이 예술을 만들고, 성장의 형태를 완성한다. 고흐가 한낮의 뜨거운 햇살 속에서 붓을 놓지 않았듯, 우리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만 벼가 익듯이, 진짜 변화는 땀과 통증의 시간 속에서 자란다.
운동을 하며 깨달은 건 이것이다. 완벽한 날은 없다. 피곤하고, 시간이 없고, 의욕이 없는 날이 훨씬 많다. 하지만 그런 날에도 헬스장으로 향하는 발걸음 하나가 나를 변화시킨다. 그 한 걸음이 모여 습관이 되고, 습관이 모여 인생을 바꾼다. 운동은 기록이 아니라, 태도의 훈련이다.
해가 지고 나면 고흐의 밀밭처럼 우리의 몸도 하루의 열기를 품은 채 조용히 회복한다. 그 과정이 바로 성장이다. 오늘의 피로가 내일의 힘으로 바뀌고, 오늘의 땀방울이 내일의 자신감으로 변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내 몸은 분명히 변하고 있다.
그러니 낙심하지 말자. 체중이 늘어도, 근육량이 잠시 줄어들어도, 그건 성장의 중간 과정일 뿐이다. 마치 여름의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 벼가 고개를 숙이는 순간처럼, 그건 결코 멈춤이 아니다. 오히려 풍요로운 수확을 위한 준비다.
햇빛이 뜨거울수록, 수확은 풍요롭다. 땀방울이 많을수록, 당신의 몸은 변하고 있다. 오늘의 훈련은 당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그 무게를 두려워하지 말자. 당신의 몸은 이미 익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