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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FM대로 살아도 괜찮잖아

by 회색달


삼일 째 죽과 물만 먹으니 체중이 3kg. 넘게 빠졌습니다. 체지방이 감소 됐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수분이 빠져나가느라 생긴 변화라는 걸 알고 있기에 웃고 넘어갑니다.


바디프로필을 매해 찍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첫해에는 스포츠 모델 대회에 참석했다가 그다음 날 이어 촬영했는데, 수분조절까지 하느라 그때 체지방이 4% 였다면 믿어지실까요?


20.10.9. 21:57.대회 전날

그래서 증거를 남겨뒀습니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코치가 처음 다이어트할 때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군살 생긴다며 FM으로 지도해 줬습니다. 그 덕분인지, 대회사진도 바디프로필 촬영도 해골이 된 모습만 남아있어 어디 자랑하기가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그때의 내가 고맙습니다. 기특하기도 합니다. 그 고통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대견합니다.


그 뒤로도 운동과 식단을 꾸준히 병행했습니다. 완전히 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5년 동안 그 런 적은 거의 없습니다. 기록이 남아 있거든요.


2년 동안은 매일 운동일지를 적었습니다. 적응되기까지 나를 단련시킨다는 의미로 수업 때 배운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트에 뼈 와 근육 모양까지 그려가며 정리했습니다.


그 과정은 국가자격증 생체 2급까지 이어졌고 비싼 연수까지 통과하고는 직업과 전혀 상관없는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과정의 노력이 모여 오늘이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무게에 밀려 던져버리고 싶을 때에도 이 악물고 한 번 더 밀고 당겼습니다.

남들은 트레이너도 아닌데 왜 그렇게 운동에 열심히냐고 농담과 비아냥댔지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임을 느끼고 있었으니까요.


센터를 나가지 못한 지 3일째가 됐습니다. 바이러스 때문에 운동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되어 푹 쉬고 있는 중이었는데, 내일부터는 러닝머신이라도 걸어봐야겠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50여 일 남은 바디프로필 5회 차에 후회만 남을 것 같거든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워낙 허리며 어깨, 목이 좋지 않아 운동하지 않으면 금세 뻐근해지는 게 느껴집니다. 그러니 운동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지 오래일 수밖에요.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압니다. 시험에 합격하려면 도서관에 앉아 공부해야 합니다. 책을 쓰려면 엉덩이 붙이고 앉아 글을 써야 합니다. 살을 빼려면 싫든 좋든 움직여야 하고요.


무지개를 보려면 가까운 곳에 소나기가 내려야 하듯 무엇인가를 원하려거든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때에 따라먹고 싶은 것, 놀고 싶은 시간도 포기하면서. 그게 FM입니다.


슬슬 눈이 감깁니다. 열한 시에 쓰기 시작했는데 약 기운 때문인지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결국 열두 시를 넘겼네요. 두 번째 공저 퇴고 진행도 하기 전부터 체력이 바닥이라 큰일입니다. 얼른 회복에 매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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