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부딪히 지나온 것들. 파도는 늘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있었다.]
올해는 유독 무더운 여름이었다.
햇볕을 피해 건물의 그늘밑으로 다닐 정도였다.
걷다 보니 어느 오래된 상가의 에어컨 실외기 틈에
흙먼지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 사이로
노란 들꽃 하나 피어 있었다.
딱히 감동적이지도,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냥 거기서
그 꽃은
피어 있었다.
사는 게 별 건가.
몸 하나 누일 자리 있으면 됐고,
작은 꿈 하나라도 품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세상은 여전히 덥고,
그 꽃은 조용히 피어 있었다.
묘하게, 그게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