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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남긴 문장

쾌락독서를 읽고

by 회색달


며칠 전, 집 근처 카페에 들른 적 있다. 한쪽 의자에 몇 권의 책이 대충 쌓여있는데, 유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류시화 작가와 또 다른 누군가가 함께 쓴 책이었다. 겉은 낡고, 장마다 커피 얼룩이 남아 있었다. 오래된 커피 향이 훅 밀려왔다. 누군가 일부러 이 책에 커피를 쏟았던 걸까. 어쩌면 시간을 뛰어넘어 나에게 전하려는 작은 신호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책 속 내용은 ‘친절’에 관한 것이었다. 솔직히 나는 친절과 거리가 멀었다. 매번 웃고, 부탁을 다 들어주고, 내 일보다 남을 먼저 챙기는 것…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다. 괜한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 오래된 책에서 문장 하나가 내 생각을 바꿨다. 친절은 위대한 사람의 역량이라고.

책을 읽는 이유는 이런 순간 때문 아닐까. 새로운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착각과 오만을 걷어내는 계기.


문유석 작가의 인용 문장도 비슷하다.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 곧 위대한 사람이라고.


그렇다면, 친절과 인내를 조금씩 습관으로 만든다면, 나도 조금은 더 살아갈 맛 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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