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자리가 아니었음을

39. 부딪히며 지나온 것들. 파도는 늘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있었다.

by 회색달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억울해서 화가 난 줄 알았던 일들이 사실은 그런 게 아니었다. 나한테서 빼앗은 것도 없었고, 손해라고 할 만한 것도 딱히 없었다.

그냥 처음부터 내 자리가 아니었던 걸, 괜히 익숙한 척 붙잡고 있었던 거다.


사람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고, 관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울리지 않는데, 맞는 척하다 보면 그 삐걱거림이 튀어나와 마음을 찔렀다.


그래서 요즘은 좀 덤덤하게 본다. 이게 원래부터 내 것이었나, 아니면 내가 그냥 가지고 싶어 했나. 그렇게만 바라봐도 좀 가벼워지더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딘가로 쏠려있어도 괜찮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