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부딪히며 지나온 것들. 파도는 늘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있었다.
연말이 되니, 연초에 적어두었던 목표 리스트가 문득 떠올랐다. 그땐 참 거창했다.‘올해만큼은 공모전쯤은 붙겠지.’ 이런 마음으로 시작했던 해였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공모전은 줄줄이 탈락했고,
메일함엔 “안타깝게도…”로 시작하는 문장만 가득 쌓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직장 일은 잘 됐다. 연말 평가랍시고 잘했다, 고생했다 같은 말을 들었지만
막상 떠올려보면 특별히 대단한 걸 한 기억은 없다.
그냥 주어진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뭔가 되어 있었던 것뿐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은 원래 비대칭이라는 것. 왼쪽은 자꾸 내려앉고, 오른쪽은 혼자 기세등등하게 솟아오르는.
삶은 균형을 잡을 의지는 딱히 없어 보였다. 그런데도 신기하게도 기울어진 채 지금까지 굴러오긴 했다.
예전 같았으면 반대쪽을 신경 쓰느라, 몸에 힘주고, 괜히 죄책감도 챙겼을 테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이게 지금 내 페이스인가 보다. 굳이 다 전부를 신경 쓸 필요는 없겠다.’ 체념인지, 여유인지 모를 감상도 생겼다.
되돌아보니 내가 했던 선택들은 근사하진 않아도
그 순간마다 이유가 있었다. 누가 칭찬해주지 않더라도 나는 나에게 ‘그래도 잘했어’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면 충분한 해였다.
내일의 나는 뭐라고 말할까. 아마 뭐라도 말은 하겠지. 막상 들어보면 별 얘기 아닐 것이다.
원래 그렇다. 사는 게 늘 대단한 것만은 아니니까.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기울어져 있으니, 지금까지 굴러온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