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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리 Mar 22. 2024

마음 감기

늘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다짐합니다만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거나,

많은 일이 한꺼번에 닥쳤을 땐

차라리 도망이라도 치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고라도 나서 한동안 병원에 입원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현실 도피로 술을 선택해서는

한동안 의존 증세가 심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마음은 더 움츠려 들었고

우울증을 온몸에 두르는 상황에까지 처했던 적이 있습니다.



결국에는 주변 사람들과 마찰이 심해졌고

권유에 못 이겨

정신과와 알코올 중독 치료센터를 전전했습니다.



이런다고 달라지겠나라고 했지만

요즘 같은 환절기에 심한 감기라도 걸리면 내과를 찾듯

마음에도 감기가 있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한 마디에 가슴이 움찔거렸습니다.



처음 병원을 찾기 전까지만 해도

창피와 수치가 나를 가로막았다면

병원 문을 닫고 나올 땐

부끄러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잊지 못할 경험이 기회가 되어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일기를 썼습니다.



하루, 한 달, 일 년.

올해로 일곱 번째의 겨울을 맞이하며 쓰는 일기인데도

그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가슴에 돌 하나가 얹혀있는 것 같아

아직 아물지 않았나 봅니다.



매일 일기와 시와, 수필을 썼습니다.

쓰다 보니, 여기저기 날아가서는

시집 한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기도 하고

통장의 잔고를 채워 주기도 했습니다.



그걸 꺼내어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다시 글을 썼습니다.

그런 걸 보면 나에게는 이렇다 할 힘은 없어도,

내가 쓰는 글은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나 봅니다.

 


길가의 민들레는 밟아도 다시 핍니다.

앞으로도 저에게 이 힘이 계속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손을 떠난 글이 작은 등불로 될 수 있도록 계속 써볼까 합니다.



글의 힘을 믿으니까요.



*2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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