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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리 Apr 09. 2024

30.매일 아침, 늘 삶은 다시 시작된다.

게으른 내 삶을 해결하는 방법

아침이다. 몇 번째 울린 알람인지 모르겠다. 눈을 비비고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음악 소리를 껐다. 달력을 보니 화요일이다. 엊그제까지만 하더라도 '이번 주 꼭 해야 할 일'을 적어놨는데 이틀이나 지났건만 시작도 못 했다. 냉장고 문을 열어 찬 바람을 잠시 쐬며 잠을 내쫓았다. 게으름. '5분만 있다가 일어나야지' 하며 나를 괴롭히던 후회의 결과다.


 ‘오늘만큼은 다르게 보내리라.’ 다짐하며 기어이 유리컵에 얼음을 담고 물을 가득 따랐다. 컵 위로 물이 조금 넘쳤지만, 뭐 어떤가 닦으면 그만인 것을. 중요한 건 알람을 끈 것도 아니었고, 눈 뜨자마자 일어나 찬물을 마시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제와 전혀 다른 아침을 시작한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이번 주 해야 할 일에 한 걸음 다가선 셈이다. 이쯤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책상 위에는 노트북 한 대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아니, 기억을 더듬어 보니 며칠째 켜고 있느라 힘들 만도 한데 꼿꼿하게 등을 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괜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노트북 앞에 앉았다. 검은색 화면 위로 비치는 내 모습.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이 순간이 창의적인 무엇인가를 이루는데 가장 효율적이라는 내용의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 문장처럼 매일 아침 일찍 일거나 하고자 한 일. 출근 전 책 쓰기다.


하지만 모니터 왼쪽, 오른쪽 아래도 모자라 식탁에까지 성처럼 쌓아 놓은 책들을 보니 벌써 현기증이 난다. '한 번은 정리해야 하긴 하는데….;


 그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다 같이 달려들어 하품하는 내 입을 틀어막을 것만 같다. 무작정 책 쓰기에 도전장을 내밀고서는 그동안 읽었던 책, 잡지, 문학 집을 몽땅 꺼내다가 손에 닿는 곳에 쌓았다. 아직 창고 방에서 먼지와 뒹구는 녀석들까지는 꺼내어 볼 엄두가 나질 않지만, 곧 꺼내긴 해야 할 거다.

며칠 전부터 '그래 그까짓 거 써보자'라고 외치고 달려들었건만 진척이 없다.


 이쯤 되면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훼방꾼이 나타난다. 일기예보에 등장하는 무언가로 따지자면 먹구름 정도로 정의되는 존재. 아침 일찍 해를 보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일으켜 고개를 해를 향했으나 기어코 막아서는 먹구름 말이다.


 '아니, 네가 뭔데 책을 쓴다고 그래?', '그게 네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는데?' 나는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먹구름은 이미 머릿속을 가득 자리 잡았다. 게다가 눈을 감기고 몸은 천근만근이다.

'너처럼 할 거 다 하고, 쓰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포기해 그냥. 뭐 하러 아침부터 일어나자마자 머리 아픈 일 하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먹구름과 저 멀리 번개까지 등장하게 되는데, 순간 뇌리에 박히는 핀잔까지 던진다. '그래. 나는 책을 쓸 만큼 뭐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굳이 써야 하나…….;

이런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자, 어느새 '할까?' '말까'의 선택지까지 등장했다. 이러다가는 오늘도 어제와 같은 '후회'가 하루의 첫 시작이 될 게 뻔하다.


게으름, 먹구름, 수많은 검열관(지적하기 좋아하는 마음. 부족한 것만 강요함. 결국, 자신을 스스로 피곤하게 만드는 마음 상태) 과의 선택지를 두고 치르는 치열한 눈치 게임에서 우위를 쌓는 방법은 하나다. 당장 시작하는 것. 아주 사소한 시작일지라도 당장 행동으로 옮기는 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갈 수 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내일도, 그다음 날에도 시도할 확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먹구름 속에 숨어든 수많은 핑계는 그렇게 나를 계속해서 게으름에 빠뜨릴 뿐이었으니까.


 책상 등을 켰다. 의자를 당겨 앉아 모니터 전원을 눌렀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는지 한참을 미적거리더니 겨우 눈을 뜨는 모습이란, 마치 내 모습 같다. 어제 아침 '5분만'을 외치던…….;


오늘의 목표는 바탕화면에 흩어져 있는 글 감을 다시 합치는 일이다. 화면 제일 오른쪽 밑에 있는 폴더부터 열었다. 아직도 먹구름은 남아 있지만, 계속 있으려거든 그러라고 했다. 어차피 오늘은 쓰기로 시작할 수 있었으니, 지금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목표를 위한 행동, 걸음은 과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반복이 미래로 이어질 뿐이니까.


 다짐과 후회를 반복했던 날에는 각자의 이름을 지어 일기의 제목으로 썼다. 화가 잔뜩 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었던 날에는 '부끄러운 하루', 공모전 결과 발표날 고대하던 내 이름이 없을 땐 '아름다운 실패', 등과 같은. 이건 앞으로 '내 인생의 오답 노트' 정도로 부를 수 있겠다.

 

어찌 되었든 오늘 아침은 어제와 다르게 시작할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인지 쓰고 있는 동안 피곤함도, 마음속 수많은 훼방꾼이 보이질 않는다. 언젠가 다시 나타나 내가 써놓은 글을 보고 험담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뭐 어떠한가. 시작했음이 중요한 것을. 이다음 발자국을 내일 아침에도 꼭 찍어야겠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다. 야심 차게 계획했으나 얼마 못 가 포기 하고많은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남들이 뭐라 하던 나는 이 말이 좋다. 작심삼일이면 또 어떤가,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을. 우리는 매일 아침, 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중요한 건 다시 시작하겠다는 다짐. 그리고 반복이다….


 늘 그렇듯 ‘생각은 짧게, 행동은 곧바로!.’라고 수업 시간 때마다 외치던 스승님이 생각난다. 나를 보시면서 하시는 말씀. '지금 쓰지 않으면 평생 못 쓸 거다.' 라던 스승님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얼른 쓰고 글 핑계로 전화해 봐야겠다.



*23.06.30 출근 전 아침, 식탁에 어지럽혀져있는 책을 치우다가 며칠째 켜둔 노트북 앞에 앉아 기록한 아침일기를 퇴고하였습니다. 벌써 일년전의 기억. 쓰다보니, 늘 새로운 삶을 사는 기분이 들어 멈출 수 없는 글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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