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를 뗀 나는 달리기를 원했지만
그는 느리되 넘어지지 않는 법을 먼저 가르쳤습니다.
십 대의 나는 가슴속 비상을 찾아 비행을 떠났지만
그는 더 낮고, 더 멀리 나는 법을 가르쳤고,
이십의 나이를 읽은 나는
불안과 막연함에 갇혀
한 걸음 떼는 것조차 떨고 있을 때
그는 늘 매일 아침 '다시'라는 말과
성실이라는 문장을 선물했습니다.
서른의 나는 긴 터널에 갇혀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그는 낡고 허름해 보이는 손전등을 하나 구해와
터널의 반대편을 알려 주었습니다.
마흔의 나는 넘어지지 않는 법과
흔들리지 않는 방법을 익혔지만
더 이상 그날의 선물도, 터널의 반대편을 가리키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는 많은 것 을 배우고 익혔지만
전부를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똑똑히 기억하기에
그는 세상의 작기만 했던 존재의 그늘과, 빛이라는 존재로 남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아버지라는 사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