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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by 회색달

나무 벤치에 기대어 앉았습니다.

소리를 들어도 들리지 않고

바람만이 발목 간지럽히는날


덩달아 부는 바람에

민들레 몸 흔들어

허공에 몇 알 수 놓고는

멀리 떠나는 그런 날


바람은 어디서부터 불었을까요

손을 잡아 내 옆에 잡아 두고는

묻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바람은

발 밑 백발의 꽃 몇 송이를 남기고

내 몸을 감싸더니 조용히 떠납니다


이제는 맞이할

찬란한 공허의 기쁨을 맞이하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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