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를 다시 시작했다. 몇 달 후면 마흔을 곧 앞둔 나이에 헬스라니, 주변에서는 그 힘든 걸 왜 또 하느냐고 난리다.
재작년 한참 헬스에 빠져 있을 때였다. 남들 다한다는 보디 프로필을 나도 찍어보겠다며 1:1 피티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엔 일반 직장인들도 많이 촬영하던 때라, 내 도전에 다들 격려를 보내줬다.
처음 다이어트했을 땐 너무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했다. 세 달 동안 거의 20kg 넘게 감량했다. 마지막엔 사무실에서 일하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면 순간순간 어지럼증까지 느낄 정도였다. 복도 벽을 짚고 옆 사무실에 갈 때도 있었다. 이미 나의 그런 모습을 보아온 사람들에게 다시 헬스를 시작 한다고 말을 했으니,걱정부터 앞설 수밖에.
'내가, 할 수 있겠지?...'
문제는 기간이었다. 과거 다이어트를 한 이력이 있었지만 심한 요요현상을 겪고 있었던 터라 운동 코치가 제시한 기간은 약 100일. 세 달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운동만 해야 한다는 말에 덜컥 겁부터 난 것도 사실이다.
생각해 보면 요요 현상은 순전히 내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전의 다이어트를 보상받기라도 하듯 거의 매일을 폭식에 가깝게 먹어댔으니 당연한 일. 퇴근 후에는 거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과 함께하는 야식이야말로 놓칠 수 없는 보상이었으니까.
그런가 하면 운동은 일절 안 했다. 그렇게 3개월 즈음 지났을 때였나, 새벽에 내가 내 코 고는 소리에 잠에서 깨는 날이 많아졌다. 수면의 질도 나빠졌고 다음날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도 힘이 들었다. 하루는 참다못해 이비인후과를 찾아갔더니 의사가 하는 말이 아직까지도 또렷하다.
"야식 많이 드시죠?. 요즘 살도 많이 찐 거 알고 계시고요?. 코 안이 부었어요. 살도 좀 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안 그러면 낫질 않을 겁니다."
'아니, 이전에 그 고생 한 걸 보상받겠다고 고작 몇 달 그렇게 보냈다고 해서 그 정도까지 된다는 게 말이 돼?'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다. 괜히 의사 말에 신경질이 났다. 의사들은 꼭 이렇게 불친절하게 말을 해야 적성이 풀리나 싶었다.
"에이 한 번 해보는 거죠. 따지고 보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운동 말고 또 뭐가 있습니까?"
마음을 잡을 수 있게 만든 건 코치의 한마디 말 덕분이었다. 이전에도 나의 첫 다이어트를 지도해 준 경험이 있어 두 번째 역시 함께 하기로 했는데, 요요 현상을 겪고 있는 나에게 해준 말이었다.
요요현상과 코골이, 급격한 체중 증가. 이 세 가지만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다만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이 엄연히 존재했다. 같은 헬스장에 다니는 회원 중에서는 나보다 키도 훨씬 작은데, 무거운 바벨을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었다.
'나는 왜 안 되는 거지?' '나도 남들처럼 해내고 싶은데, 답답해 미치겠네....;'
차라리 시작을 아예 안 했으면 모를까, 이제 와서 포기하는 것도 나에겐 용납이 안 됐다. 아니, 그럴 수는 없었다. 오기를 부려서라도 더 센터에 나갔다. 퇴근 후에는 물론이고 점심시간 때에도 되도록이면 전날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 사무실 주변을 산책했다. 앉아 있는 시간보다 어떻게든 움직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을 목적에 두고 틈나는 대로 움직이자는 실천 계획이기도 했다.
다시 헬스장을 드나든 지 한 달째. 드디어 며칠째 멈추어 있던 중량 기록이 변했다. 전에 기록해 둔 벤치프레스 (press : 평평한 벤치 위에 일자로 누워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리는 운동)의 최대 기록이 상승한 것. 큰 변화가 없던 체중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이바디 기록을 쟀을 때 체지방 지수가 급격하게 낮아진 적도 있었는데, 유독 피곤함을 많이 느낀 날이 그런 날이었다.
운동은 그 뒤로도 쉬지 않고 않고 이어졌고 마침내 두 번째 다이어트를 작년 12월에 끝마칠 수 있었다.
나는 안다. 나는 의지가 부족하고, 운동 신경도 없고, 남들처럼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운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같은 기간 동안 운동을 한 사람보다 습득력이 뒤떨어진다.
그런데도 계속 센터에 나갔다. 비나 눈이 오는 날에도, 하물며 생일에도 미역국에 밥 한 공기 말아먹고서는 운동을 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 단순히 다이어트가가 목적이 아니다. 목적은 건강. 그래야 내가 할 수 있는 일, 직장을 다닐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한 나만의 인생 훈련인 셈이다.
남들 다 여름휴가를 떠날 때 나는 오늘도 집 앞 헬스장으로 간다.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다. 다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건강을 잃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내일의 나도 없다. 다음 달부터는 새벽에 수영을 다녀볼까 생각 중이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 '철인 3종 경기'까지 도전하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운동만큼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도 계속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