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만 있고, 잔고는 없었다
2024년 설날.
가족들 앞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괜찮아, 이제 다 잘 될 거야."
하지만 그날 오후,
나는 젤리 샘플들이 든 봉지를 들고
놀이터에 있었다.
"이거, 제가 만든 샘플이에요.
면역에 좋은 건데…
혹시 하나 드려볼까요?"
처음엔 손이 벌벌 떨렸다.
말도 제대로 안 나왔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부모님들이 도와주셨다.
"맛있어요?"
"또 주세요!"
아이들이 웃으며 한 마디씩 해줬다.
정말 고마웠다.
맛은 통과했다.
그제야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심도 잠깐,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돈.
레디까지 완성하고 나니
생산비만 6천만 원.
내가 가진 돈으론 턱없이 부족했다.
진심은 있었지만,
잔고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발로 뛰기 시작했다.
정부 지원, 금융 상담, 창업자금…
가능한 방법은 다 알아봤다.
그러다 알게 된 게
신용보증기금 창업대출.
매출이 없어도
아이템과 계획만 있으면
심사 후 보증을 받을 수 있다는 거였다.
'이거다.'
나는 그 계획서를 만들기 위해
2주 정도 밤을 새웠다.
브로셔를 붙이고, PPT를 만들고,
하나하나 정리하며
"이 제품이 필요한 이유"를 적었다.
커큐민의 효과, 시장 분석, 차별화 포인트...
내가 확신하는 모든 내용을
자료에 담았다.
심사 통과.
보증 승인.
그리고 대출 실행.
핸드폰으로 잔고를 확인하는 순간,
기쁨보다 더 먼저
두려움이 왔다.
"이제 돌이킬 수 없구나."
그 말이 입에서 새어 나왔다.
누군가에겐
이 정도쯤이야 할 수 있는 숫자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무거운 돈이었다.
사업 초반에는
'망하면 다시 벌지 뭐'라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약사라는 직업이 있어도,
사업의 무게는 따로였다.
하지만 이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돈을 빌렸으니 제품을 만들어야 했다.
제조사와 계약하고,
생산 일정을 잡았다.
두 달을 기다리는 동안
매일이 불안했다.
'정말 잘 나올까?'
'문제는 없을까?'
그리고 드디어
면역강타민이 생산되었다.
상자에 담긴 제품들을 처음 본 순간,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이건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내가 모든 걸 걸고 만든 제품이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다음화 예고 : "사진 한 장에 걸린 마음"
“예쁘게 부탁해요”는 아무 소용없었다.
그 한 컷 뒤엔, 내가 달려온 모든 시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