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슬욱 Aug 15. 2019

홍콩 완탕면의 세 가지 비밀

홍콩에서 완벽하게 완탕면 즐기기

    해산물로 우려낸 깔끔한 육수, 입안 가득히 퍼지는 새우의 식감과 바다의 향이 살아있는 탱글탱글한 완탕, 독특한 식감의 면발까지... 처음 맛본 순간 완탕면은 홍콩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지만, 그 맛은 생각보다 대중적이지는 않았다. 실제로 완탕면을 처음 먹어본 사람 중에서 "생각보다 별로였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완탕면만의 특색이 어떤 사람에게는 부담으로 다가갈 때도 있는 듯했다. 그래서 홍콩에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이 맛있는 홍콩 음식을 추천해 달라고 할 때 머릿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완탕면이지만, 혹여나 입맛에 맞지 않을 것을 염려하여 자신 있게 추천하지 못하곤 한다. 더불어 완탕면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은 것도 추천을 주저하게 되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나만 하더라도 완탕면이 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단지 "완탕면은 홍콩을 대표하는 음식이니까" 먹었다. 입맛에 맞아서 다행이었지만, 사실 완탕면의 맛은 내가 상상했던 그 맛과는 완전히 달랐다. 따라서 아무런 지식 없이 단순히 "홍콩을 대표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완탕면을 먹어봤다간 생각보다 독특한 맛에 놀라거나 실망할 수도 있음을 미리 알려드리고자 한다. 지금부터 독자분들에게 완탕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드릴 예정이니, 완탕면이 어떤 음식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찜자이키 식당의 새우 완탕면

    

#1. 알카라인 물

    완탕면 국수의 식감은 매우 독특한데 쫄깃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드러운 것도 아니며, 겉면은 탄력이 있으면서 씹으면 잘 끊어진다. 식감이 워낙 독특하여 이 식감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단어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탱탱하다"라고 표현하는 게 그나마 완탕면 식감에 가장 가까운 단어인 것 같다. 완탕면을 처음 먹어보았을 때 난생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식감에 꽤나 당황했으며, 이 식감은 한국에서 먹곤 했던 일반적인 면의 식감과는 확실히 달랐다. 이 독특한 식감을 내기 위해, 홍콩에서는 완탕면의 면을 알카라인 물에 삶는다. 오래 삶지 않고 몇 분 정도만 담갔다 빼는 정도로 면을 삶아 내는데, 이런 식으로 조리하면 면이 알카라인 성분을 머금어 "탱탱"한 식감을 갖게 된다. 가게마다 차이가 있지만 알카라인 함유량이 높은 물에 삶은 면에서는 간혹 알카라인 향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향도 매우 독특하여 처음 먹는 사람에게 약간 거북할 수도 있다. 알카라인 식감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완탕면 음식점 식탁 위에는 항상 식초가 준비되어 있으며 주로 빨간색 식초를 가져다 놓는다. 식초는 산성이므로, 알카라인과 만나면 중화되기 때문에 알카라인 식감이 너무 세다 싶으면 식초를 조금 넣어주어 중화시키면 된다. 이 식감은 보통 면이 국물에 담긴 이후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고 5분 정도가 지나면 느낄 수 없다. 독특한 완탕면 식감을 즐기고 싶은 분들은 최대한 빨리 면을 먹는 것을 추천한다.

알카라인 물에 면을 삶는다


#2. 야채 

    홍콩 사람들은 삶은 야채를 매우 좋아하여 하루 세끼 중 최소 한 끼는 삶은 야채를 먹는다. 야채를 너무 오래 익히면 물렁물렁해지기 때문에 약 1~2분 정도만 끓는 물에 살짝 데치는 정도로 익혀서 먹는다.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약간의 기름을 물에 넣은 뒤 삶아내기도 하며, 잡내를 제거하거나 향을 내고 싶을 때는 마늘, 생강과 같이 삶아내기도 한다. 대부분의 완탕면 가게에서는 삶은 야채를 파는데, 완탕면과의 궁합이 상당히 좋다. 주로 차이니즈 브로콜리라고 불리는 가이란(芥蘭)을 파는 곳이 많으며 가게에 따라 청경채(白菜; 빡초이), 채심(菜心; 초이쌈) 등을 파는 곳도 있다. 가이란은 기둥이 굵고 두꺼워 씹는 맛이 있으며 약간 쓴 맛이 나는 경우가 있다. 청경채는 아삭아삭하고 물기가 많으며 채심은 가이란과 형태와 맛이 비슷하다. 야채 위에는 굴소스가 올려져 나오는데(종지에 따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짭짤한 굴소스와 야채와의 궁합이 상당히 좋다. 굴소스는 많이 찍으면 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굴소스를 볶음밥을 만들 때 사용하곤 하는데, 홍콩 사람들은 요리할 때 굴소스를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고, 이런 식으로 야채와 함께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야채도 면을 삶는 알카라인 물에 삶아 내는데, 야채에서 특별히 알카라인 향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알카라인 성분 때문에 야채가 더욱 탱탱해지며 씹을 때 더욱 탄력이 있어서 야채 맛이 배가 된다.

막만키 식당의 가이란(芥蘭). 두꺼운 기둥 씹는 맛이 매력적이다.


#3. 버리는 재료가 없다.

    완탕면 국물은 대체로 기름기 없이 아주 깔끔한 해산물 국물이다. 요리할 때 버리는 재료가 없다는 것은 중국음식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다. 중국 사람들은 돼지 한 마리를 잡더라도 버리는 부위 없이 각각의 부위를 다양하게 조리하여 먹는다. 예를 들면, 살코기는 굽거나 쪄서 먹고, 내장은 국물을 내서 탕으로 먹거나 국수를 말아먹는다. 완탕면에도 이 개념은 똑같이 적용된다. 완탕면에 들어가는 완탕은 보통 새우의 살코기에 약간의 다진 돼지고기를 첨가하여 만든다. 이때 새우 살은 다진 살이 아니라 통째로 넣어 식감을 살리며 완탕의 크기는 성인 남성 손가락 한마디 정도 되는 작은 것부터 세 마디 정도 되는 큰 것까지 다양하다. 완탕을 만드는 데 쓰고 남은 새우 대가리 부분을 버리지 않고 국물 우리는 데 사용한다. 새우 대가리로 국물을 내서 완탕면 국물 맛은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실제로 처음 완탕면 국물을 맛보았을 때 생각보다 밍밍한 맛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먹을수록 국물을 계속 음미하게 되었고, 먹고 난 뒤 가장 생각나는 건 완탕도, 면도 아닌 깔끔한 국물 맛이었다. 새우 한 마리를 가지고 살로는 완탕을, 대가리로는 국물을 내니 그야말로 새우 한 마리를 알차게 사용한다.



완탕면 추천 식당

    홍콩에는 유명하고 맛있는 완탕면 전문점이 많은데, 대체로 완탕면 전문점에서 먹는 완탕면은 명성에 대한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홍콩 현지 사람들은 유명 완탕면 가게의 완탕면이 그들이 방문하는 "로컬" 완탕면 가게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현지 사람들이 주로 찾는 가게는 완탕면 한 그릇에 30 HKD이하, 더 저렴한 곳은 20 HKD 정도지만, 유명한 완탕면 전문점의 경우 한 그릇에 40 HKD정도다. 그러나 타지인 입장에서는 이 가격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문제는 완탕면 전문점이 아닌 가게에서 파는 완탕면이다. 홍콩에서 완탕면은 꽤 대중적인 음식이기 때문에 완탕면 전문점이 아닌 일반 홍콩, 혹은 중국 음식점임에도 완탕면을 판매하는 곳이 있다. 이런 가게에서 파는 완탕면은 국물을 제대로 만들지 않고 대충 만들어 MSG 맛이 나는 곳이 많고 완탕의 퀄리티도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완탕면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이러한 가게를 피하고 꼭 완탕면 전문점으로 가서 맛볼 것을 권한다. 그럼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추천할만한 세 곳의 완탕면 전문점을 소개하겠다.


    첫 번째 추천 식당: Mak's Noodle (麥奀雲吞麵世家)

1920년에 연 약 100년 전통의 완탕면 맛집으로 창업자의 성이 맥(麥)씨라서 가게 이름을 Mak's Noodle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창업자의 직계 자손 중 한 명이 가게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체인점으로 성장하여 홍콩 곳곳에 지점 있는데 센트럴, 침사추이 등 홍콩 대표 관광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홍콩의 유명한 음식점의 본점은 대부분 홍콩섬에 있는데, 막스누들의 본점도 홍콩섬의 센트럴에 있다. 본점이 있는 센트럴 지역은 홍콩섬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음식점 내부에는 100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이 녹아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본점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본점 이외에 시원하고 깔끔한 장소로는 침사추이의 하버시티 지점을 추천한다. 완탕면 그릇은 성인 남성의 주먹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의 작은 그릇이었으며,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식사보다는 간식으로 먹을 것을 추천한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깔끔한 국물이다. 완탕면 국물은 기본적으로 깔끔한데, 이 집의 국물은 특히 깔끔했다. 

막스 누들 침사추이점 전경
완탕면과 우육면

막스누들 소개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NzAZXn11gmM   

  


    두 번째 추천 식당: Mak Man Kee(麥文記麵家)

    1957년에  다이파이동(大排檔)의 형태로 장사를 시작한 완탕면 집으로 지금은 조던 역(Jordan Station)에 정식 가게가 있다. 다이파이동은 홍콩에서 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점으로, 우리나라의 포장마차와 비슷하다.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창업자 이름이 역시 맥(麥)씨인데, 앞서 소개한 막스누들 창업자의 또 다른 자손이 연 가게이다. 이곳의 면은 전통적인 광동 스타일 완탕면 국수로, 밀가루와 계란만으로 반죽하여 만든다. 대표 메뉴는 족발 완탕면이다. 완탕면에 새우 완탕 대신 족발이 들어있다. 고기와 콜라겐 부분을 같이 먹는 우리나라의 족발과는 달리, 홍콩 사람들은 족발의 콜라겐 부분만 먹는다. 족발은 콩으로 만든 양념에 조리듯이 조리하여 나오기 때문에 상당히 담백하고 걸쭉하다.

가게 전경
막만키의 대표 메뉴인 족발 완탕면

막만키 소개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YZw4XXmiaGE&t=386s



    세 번째 추천 식당: Tsim Chai Kee(沾仔記)

    홍콩섬 센트럴 역 근처의 하나의 본점으로만 운영하고 있는 가게로, 건너편에는 막스누들 본점이 있다. 이 집의 국물은 막스누들의 국물보다 조금 탁하며 깔끔하다기보다 진한 해산물 맛이 난다. 이 집의 대표 음식은 鯪魚球라고 하는 어묵이다. 생선을 잘게 다져 미트볼처럼 동그랗게 뭉쳐낸 것으로 크기가 성인 남성 주먹의 반 정도 될 만큼 크다. 어육이라 쫄깃쫄깃하고 우리나라 어묵보다 좀 더 생선 맛이 강하게 나는 것이 특징이다. 완탕 자체도 크기가 크고 싱싱한 새우의 식감이 살아 있었는데, 이 집의 완탕이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었다.

가게 입구
엄청나게 큰 어묵이 인상적이다.

찜자이키 소개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v14WMfQ70S8&t=2s

이전 05화 홍콩 사람들이 추석을 보내는 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