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루지 리뷰

인간이 비합리적인 이유는 클루지 때문이다

by realbro
목차

클루지란?
맥락기억, 인간의 기억체계
비합리적인 신념과 선택
불완전하고 애매한 언어
마치면서



XL 클루지 - 개리 마커스 저




클루지란?


클루지(kludge)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 혹은 땜질입니다. 심사숙고해서 만든 것은 아니지만 문제를 기가 막히게 해결합니다.


발명, 공학에만 클루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도 클루지가 존재합니다. 우리의 클루지는 진화의 결과로 생겼기 때문에 다음 두 가지 특징을 가집니다.


1. 최적의 해결책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잘 해결하기만 하면 생존하고 널리 퍼집니다. 설계의 아름다움과 완벽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적절한지가 중요합니다.

2. 새로운 해결책이 과거의 해결책과 공존하며 누적됩니다. 생명은 연속적이어서 기존의 토대 위에서 진화가 이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 부채처럼 과거에 잘 동작했던 최선책이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맥락 기억, 인간의 기억 체계


컴퓨터는 한번 입력된 정보를 언제든 정확하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모든 정보에 대한 주소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인간의 기억은 부정확하며 맥락과 단서를 이용해 연상하듯 불러옵니다. 이런 인간의 기억 체계를 맥락 기억이라고 합니다.


맥락 기억 체계는 모든 기억을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지, 얼마나 최근에 일어났는지, 어떤 상황에서 일어났는지에 따라 기억의 정도가 달라집니다. 또한 맥락 기억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디테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발생한 시간과 비슷한 사건을 혼동합니다.


우리는 왜 허술한 맥락 기억 체계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인간은 포식자, 피식자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신속하게 결정해야 하는 환경에서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확도보다는 신속하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정보가 중요합니다.




비합리적인 신념과 선택


인간의 신념 또한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입니다. 다음은 부정확하고 취약한 신념의 사례를 보여줍니다.


후광 효과(halo effect), 어떤 사람에 대해 평가할 때 관련 없는 정보가 큰 영향을 끼칩니다.

초점 효과(focusing effect), 그 순간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와 최신 효과(recency effect), 친숙한 것을 더 좋게 평가하고 최근의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 처음 제시된 숫자와 정보가 판단에 영향을 미칩니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과 동기에 의한 추론(motivated reasoning), 우리는 믿고 싶은 것만 믿습니다. 믿고 싶은 결론에 부합하는 근거가 더 잘 보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를 배척합니다.

틀 짜기 효과(framing effect), 30%의 생존 확률이 있는 수술 A와 70%의 사망 확률이 있는 수술 B 중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기대 효용을 계산해서 선택하지 않습니다.

돈을 상대적으로 계산합니다.

가치와 가격을 혼동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비합리적인 이유는 우리의 사고 체계가 성급한 선조 체계와 사려 깊은 숙고 체계의 두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진화 과정에서 선조 체계가 먼저 생겨나고 숙고 체계가 나중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선조 체계의 영향력이 더 강력합니다. 또한 숙고 체계는 선조 체계에 기반하기 때문에 완전하게 믿을만하지 못합니다.




불완전하고 애매한 언어


인간은 음성체계든 문자 체계든 언어를 통해 소통하는데, 언어 또한 다음의 이유로 불완전하고 애매합니다.


1. 음성 체계는 호흡 기관을 통해 동작하는데, 호흡 기관은 음성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서 한계를 가집니다. 질식의 위험이 있고 발음할 수 있는 음소의 수가 적습니다. 또한 음소를 정확하게 나누지 않고 뭉뚱그려 받아들입니다.

2. 언어는 인간이라는 영장류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정확한 수를 지칭하는 대신 일반적으로 뭉뚱그려서 표현합니다.

3. 인간의 기억 체계는 언어의 구문 체계와 적합하지 않습니다. 복잡한 문장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마치면서


우리의 정신에 많은 클루지가 존재합니다. 진화 과정에서 과거에 생존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 현대 사회에서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먼저 생겨난 선조 체계가 나중에 생긴 숙고 체계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둘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으로 우리가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편 클루지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지적 생명체로서 발전했기 때문에 클루지를 클루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지구에서 인간을 제외한 어떤 동물, 식물, 미생물도 프로그래밍된 대로 살아갈 뿐이며, 인간만이 과거의 레거시를 방해물로 인지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생겨난 숙고 체계를 통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해졌고 발전된 문명사회를 이루었지만, 과거의 선조 체계가 지금과 안 맞아 클루지로 인식할 뿐입니다.


저자는 다음 두 가지 이유로 클루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 마음, 특히 뇌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결함을 인지함으로써 개선 방법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약점을 인지하는 것이 발전의 첫 단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 번째가 공감이 갑니다. 클루지를 클루지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오히려 진화의 훈장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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