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에 대한 다짐

by 앓아야 안다

2025년 10월 6일 월요일 오후 4:42

'긴 추석 연휴를 의미 없이 보내면 어떡하나?'라는 지루한 걱정을 하던 참이었습니다.


광고 스팸으로 가득했던 메일함에 '브런치스토리'의 반가운 메일을 확인하였습니다.

연휴 기간인 '빨간날'에는 당연히 작가신청 심사도 쉬어 가겠지 생각했는데, 늘 세상은 저의 생각보다 부지런했습니다.




"사내놈이 그렇게 소심해서 어디다 써먹냐!"라는 어린 시절 주변의 관심(?) 어린 충언을 따르고자, 대학과 회사에서는 늘 앞에 서고 적극적이고 싶었습니다. 어색했지만 그렇게 살아보니, 본래 저는 굉장히 외향적인 사람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주변의 기대와 관심을 받을 때, 그 이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문득 생각나곤 했습니다.


'저 사람들도 관심을 받고 싶을까? 아니면 부담스러워 피하는 걸까?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주변에 티 나지 않게,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려는 걸까?'


언제부터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막연하게 '무관심'에 관심을 갖고 싶었습니다.


세상은 수많은 정보와 관심사들로 넘쳐 나는데, 그렇지 않은 '무관심의 영역'은 훨씬 더 방대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지금도 주변의 포털 사이트, 영상 미디어, SNS 등은 세상의 관심을 끌고 주목받기 위해서 무자비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물론 참전 중인 모든 것들은 세상의 '관심 영역'에 편입되고자 하는, 당장은 '무관심'한 모든 것들이기도 합니다.




어렵게 '브런치스토리'의 작가가 되었습니다. 제 노력을 통해서 축하받는 일이 드물어지는 요즈음(생일에 보험사의 생일축하 메일이 전부인) 입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라는 메일이 더욱 소중하게 진심으로 다가왔습니다.


평소 생각했던 '무관심'한 이야기들을 쓰고 싶습니다. 정말 몰라서 '무관심'했던, 알고 있지만 '무관심'했던 혹은 외면했던 이야기들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만, 그 무관심들이 세상의 관심 속으로 들어오길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것들이 그 자체로 온전히 소중하며, 인위적인 관심의 잣대 따위에 주눅 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독립영화를 보고, 인디밴드 음악을 듣고, 스포츠팀의 후보선수들을 응원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격려하며, 사각지대에서 애쓰시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관심 밖의 무한한 무관심의 세상'에 대해서 들여다 보고, 그 작은 일부라도 온전하게 쓰고 남기겠습니다.


-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년)' 중, 개인적으로 제 마음을 들추어 낸 찬실이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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