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금과 너의 지금

지금 안의 시간과 자신

by 앓아야 안다


"나도 언니처럼 그림을 멋지게 그릴 수 있을까?"

"나도 엄마처럼 요리를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둘째 딸이 세 살 터울 언니의 그림과 30년 차이 엄마의 요리를 맛보며 물어봅니다.


"너도 언니나 엄마 나이 쯤되면 지금보다 훨씬 낫겠지. "

아내는 '다른' 상태를 '같이' 비교할 수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둘째 딸은 답합니다.

"지금부터 하면 되겠지?!"





우리 모두는 '지금'을 살지만, 각자의 '지금'은 다릅니다.


저는 사십 중반이 넘은 '지금'에서야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사십 초반 '지금'의 경단녀 꼬리표를 떼고 다시 취업을 준비합니다. 아이들은 빡빡한 학교와 학원 수업에 '지금'을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누군가는 지금의 안녕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고, 또 누군가는 지금의 고난이 찰나로 지나가길 바랍니다.


모두는 오늘이라는 시간의 경계를 걷고 있지만, 동시에 타인과는 다른 '자신만의' 지금을 지나고 있습니다.





니체는 이야기했습니다.

"그대는 그대 자신이 되어야 한다."


세상은 늘 내가 예측한 것과는 다르게 흘러갑니다.

내 마음은 몰라주고 제 멋대로죠.


누구에게나 공평한 동시대의 '지금' 속에서,

'나 자신'을 찾아가는 '나만의 지금'을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에 뒤통수를 맞거나 세상의 요구에 맞춰진 부속품으로,

허무한 안락을 '내가 찾던 삶의 지향점'으로 오인하기 십상입니다.


요즘 저는 사춘기 딸의 '지금'에서, 저의 어제와 지금을 반추합니다. 친구 관계가 전부인 딸은 부모가 요구하는 경직된 규칙과 질서를 벗어나 자신을 찾는 여정 속에 있습니다. 그 시절 오롯이 부모와 사회의 기대에 맞춰진 제가사춘기 딸과 함께, 미아가 된 각자의 '나를' 발견하는 '지금'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만나는 '지금', 당신의 '지금'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니체의 시각에서 보면 오늘날의 사회는 거대화되고 있는 반면,
그 안의 개인은 갈수록 왜소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에게 아무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기 바라는 소심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2021년, 박찬국 저) 중에서 -


고통스러운 일생을 살았던 한 인간으로서의 '니체'를 만나면서



지금을 지난 아이들이 제 나이 즈음 되었을 때, '그 때의 지금'을 회상하며 어떤 자신으로 살고 있을까요?


"그대도 나처럼 무뎌진 마음 한 켠에 내가 있기를"
- 라디(Ra.D) 오래된 영화 가사 중 -


라디(Ra.D) 오래된 영화 앨범 커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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