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보는 부동산판례
'부동산 중개활동은 공인중개사의 절대적인 고유영역이므로
가족도 그 영역을 넘어서는 업무행위를 할 수 없다.'
[해당 판례]
서울고등법원 2009나 3861 손해배상(기)
서울동부지법 2008가합 5026 손해배상(기)
[해당 법조문]
공인중개사법 제31조[계약금 등의 반환채무이행의 보장]
이번 사건에 등장하는 개업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은 처남과 매부 간으로 남이 아닌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다. 중개업계의 현실은 모르는 사람들 보다는 아는 사람, 아는 사람보다는 가족과 함께 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이라는 특수한 물건에서 기인한 정보의 폐쇄성 탓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지 모른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더욱 와 닿을지도 모르겠다. 가족단위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자영업 형태의 중개사무소가 대부분인 부동산 중개업계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사건을 통해 타인의 재산을 다루는 중개업, 그 무게감이 얼마나 무거운지 새삼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매부, 요즘 매출이 신통찮은 것 같은데 연락해 볼 곳이 없을까요?”
“글쎄요. 요새 좀 그렇긴 합니다. 경기가 많이 얼어붙고 있다는데 이거 큰일입니다.”
“이거 원 이번 달은 사무실 유지비도 안 나올 것 같아요.”
“요새 뭐 관광객들은 많은데 정작 제주도민들은 이사 갈 생각이 도통 없는지 왜 이리 조용한지 모르겠네요.”
당사자관계
이재주는 공인중개사로서 제주의 명동이라 일컬어지는 연동에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였고, 장돌만은 이재주의 손위처남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증 없이 위 사무소의 대표이사로 행세하면서 중개행위를 하였다. 특이하게도 위 사무실은 칸막이에 의하여 3개의 공간으로 구분되어있으며 이들은 각 1곳을 자신의 개별 중개사무실로 이용하였다.
박애자는 위 이재주와 장돌만에게 본인 소유의 제주시 한림읍 소재 토지 및 건물에 대하여 매도를 의뢰한 중개의뢰인으로 이 사건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피해자이다.
“장사장님 잘 지내셨어요? 요즘 땅 찾는 사람 좀 있나요?”
“아이 그럼요. 제주도 땅 요즘 없어서 못 팔아요. 왜 파시게요?”
“예~ 서울에 우리 아들이 사업을 하는데 사업 밑천을 좀 보태야 할 것 같아서요. 제가 한림에 땅하고 건물이 있는데 팔면 잘 받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한림 어디인데요? 제가 잘 처분해드릴게요.”
“근데 사장님도 아니시면서 잘 파실 수 있어요? 매부되시는 분이 사장님 아니에요?”
“제가 실제로 사장이고요. 우리 공인중개사인 매부는 저랑 가족이 되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이 곳 토박이니까 더 잘해요.”
사실관계
공인중개사이며 장돌만과 처남 매부사이인 이재주는 평소 자신에게 상담을 받아왔던 이리라가 전매를 하려는 목적으로 ‘물주는 따로 있고 그 물주가 내세우는 타인 명의로 박애자의 토지 및 건물을 매입할 수 있는지 문의’를 해오자 자신의 처남인 장돌만에게 이를 위임하여 일을 진행해 보도록 하였다.
“처남, 전매를 목적으로 구입하려는 것 같은데 매도의뢰인이 평소 형님하고 친분이 있으니 설득 가능할까요?”
“그래요? 뭐 쉽지는 않겠지만 한 번 해보죠.”
이에 이재주는 장돌만에게 위 내용에 관한 중개를 일임하였고 장돌만은 한림의 토지 및 건물의 소유주인 박애자에게 자신이 책임지고 잘 처분해 줄 터이니 매수인의 전매를 도와주자고 설득하기에 이른다.
“사모님, 이번에 임자가 나타났네요. 돈도 시세보다 더 준다니 처분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다만 한 가지 매수자가 전매를 하려고 하는데 협조를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전매면 명의를 제3자에게 나중에 넘겨주는 것 아니에요? 그거 좀 찜찜한데...”
“제가 다 책임지고 처리해 줄 거니까 너무 걱정하실 건 없어요.”
“그럼 장사장님이 알아서 다 해주셔야 합니다. 각서도 쓰시고요.”
“예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제가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
결국 토지 및 건물 소유자이자 매도의뢰인인 박애자는 장돌만의 거침없는 자신감에 하는 수 없이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매도인 박애자는 자신의 제주시 한림읍 소재 토지와 건물을 9억 9천만 원에 매도하되 계약금 1억 원은 계약당일에 중도금 4억 원은 1개월 후에 그리고 잔금 4억 9천만 원은 중도금을 지급한 뒤 매도인 박애자가 보증을 해준 후 전매 대상자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 지급하기로 한다. 대출비용은 추후 전매계약서 작성 시 지급하기로 하며 HD상호저축은행이 지급을 보증하기로 한다.」
한편 위 매매계약서 작성 시 장돌만은 법적으로 자신은 중개보조원임을 망각한 채 계약서상 대표자란에 공인중개사 이재주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기재함과 동시에 중개보수 명목으로 2천만 원을 송금 받았다. 이와 함께 계약대로 매도인 박애자는 매수인이 지정하는 전매 대상자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그에게 보증하여 주고 전매 대상자는 HD상호저축은행을 통해 총 5억 원의 대출을 받음과 동시에 HD상호저축은행에서 이를 지급보증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전매 대상자 즉, 제3의 매수인은 대출금으로 위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차일피일 이를 미루고 있다가 금융위원회가 HD상호저축은행에 대하여 영업정지조치를 내리고 위 은행 측이 위 지급보증은 대표이사의 권한남용에 의한 것으로서 박애자에게 잔금 지급 보증을 이행할 수 없다고 통보함에 따라 매도인 박애자는 잔금 4억 9천만 원을 지급받지 못한 상황에 이르렀다.(이 사건과 관련하여 HD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는 구속되고 개업공인중개사는 벌금 2백만 원, 중개보조원은 벌금 5백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쟁점사항
- 매도인 박애자의 주장
매도인 박애자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여 위 한림읍 소재의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회수하게 되더라도 자신이 보증을 해준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 합계 5억 원 상당의 물적 책임을 부담하게 되었고, 중개보수로 2천만 원을 지출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위 매매계약을 중개한 중개보조원인 처남은 물론 대표자인 개업공인중개사인 매부 역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공인중개사법 제31조 제1항 ‘개업공인중개사는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거래계약의 이행이 완료될 때까지 계약금과 중도금 또는 잔금을 개업공인중개사 등에게 예치하도록 거래당사자에게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한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매수인의 요구에 응하도록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특히 개업공인중개사인 이재주는 자신의 처남인 장돌만이 자격증이 없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장돌만이 마치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대표자인 것처럼 행세를 함에도 이를 묵인하여 중개의뢰인인 원고의 판단을 그르치게 했다며 형사적 책임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신이 사장보다 더 잘한다며, 책임지겠다더니 5억 원만 손해 봤잖아. 당신이 책임져!”
- 개업공인중개사 이재주와 중개보조원 장돌만의 주장
개업공인중개사인 이재주는 중개보조원이자 처남인 장돌만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중개를 시킨 적도 없고 중개보조원으로 채용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하면서 장돌만은 단지 처남으로 개업식 때 한 번 참석하여 사무소에 들른 적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장돌만은 매부인 개업공인중개사 이재주가 자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맡아서 처리해보라고 지시해서 이 일을 처리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저는 장돌만에게 중개를 하라고 매도인을 설득해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억울합니다.”
“이봐 매부. 자네 일 터지니 오리발 내미는 거야? 가족끼리 이래도 돼?”
법원의 판단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 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 비추어 살펴보면 개업공인중개사인 이재주는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손위 처남인 장돌만에게 이 사건의 매매계약을 위해 매도인을 설득할 것을 부탁한 적이 있고 중개보수로 받은 2천만 원의 일부를 수령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기초사실과 개업공인중개사인 이재주가 거래신고를 마친 점,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작성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개업공인중개사인 이재주가 중개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이 된다.
따라서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중개한 이재주나 장돌만은 매도인을 기망하여 거래에 이르게 했고 대출금의 보증까지 하도록 종용하였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컨설팅업체의 불법적인 부동산 중개영업과 기획부동산의 지분판매 등으로 부동산 유통적 측면에서 종사하고 있는 특히 중개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적인 사실에 소규모 자영업 형태로 운영 중인 공인중개사사무소 내 사용인과 관련된 분쟁은 그야말로 제 살을 파먹는 그런 격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개업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은 처남 매부 간으로 남이 아닌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다. 화목하고 신의가 우선해야 할 가족이지만 사고 앞에 금전적인 손해 앞에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 어쩌면 중개업계를 넘어선 우리나라 일천만 자영업자의 눈물을 아닐지 생각해 볼 일이다. 타인의 재산, 그 재산의 이전을 담당하는 개업공인중개사는 반드시 자신이 중개활동을 수행하여 이러한 손해가 없도록 사전에 신경 써야 할 것이다.